[앵커]
취재 이후를 들어보는 시간, 뉴스A/S입니다.
이번 주제는 역대급 피해를 남긴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경북 산불입니다.
산불 재난으로 아직 많은 지역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데요.
경북 영덕에 나가 있는 정지훈 기자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기자, 지금 있는 곳이 어딘가요?
[기자]
네, 제가 있는 곳은 노물리 항입니다.
동해를 마주한 작은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작은 어촌 마을인데요.
벽화마을로도 유명하고, 특히 평화로운 풍경에 낚시꾼과 관광객들이 찾는 지역 관광 명소 중 한 곳입니다.
[앵커]
지난달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불과 사흘만에 동쪽 끝 영덕까지 번질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영덕 지역에도 피해가 컸었죠?
[기자]
네, 바로 이곳 노물리 마을에서도 많은 주택과 배가 불타는 피해가 났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항구엔 원래대로라면 조업을 마친 수십 척의 배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던 곳입니다.
무서운 기세로 번진 불은 이곳 동쪽 끝 바다까지 이어졌습니다.
산불로 이곳에 정박해 있던 배 13척이 불탔습니다.
누구도 이곳까지 산불이 번질 것이라고, 또 산불로 배가 불탈 것이라 생각지 못했습니다.
지금 제 옆으로 보이는 잔햇더미가 보이실 텐데요.
불에 타 바다에 가라앉은 어선 잔해들을 끌어 올려 쌓아 놓은 것들입니다.
하루아침에 생계 수단인 배를 비롯해 삶의 터전을 모두 잃은 주민들은 매일 텅 빈 항구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모습입니다.
[앵커]
아직도 많은 주민이 임시 거처나 대피소 등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일텐데,
이재민들 형편과 피해 복구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 규모 중 주택 피해는 4,400여채(4,424채)인데요.
이재민 3천여명(3,509명)이 마을 경로당이나 숙박시설 등 임시주거시설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정부 부처와 경북도는 경북 산불 피해에 대한 합동 조사를 지난 15일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피해가 큰 탓에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살피기 위해 오늘까지도 피해 집계 작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피해 규모를 확정하고 이를 토대로 복구 계획을 세우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시일은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각 시군은 피해 조사가 끝남에 따라 우선 시급한 주택, 창고 등 시설물 철거 작업에 나섰습니다.
경북도와 각 시군은 조사를 통해 이주를 희망한 이재민 2,900여 세대에 임시주택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앵커]
피해 집계가 마무리된 걸로 보이는데, 바다까지 번진 이번 산불로 농작물 피해도 큰 상황이죠. 이제 농번기를 앞두고 있는데 주민들 근심이 클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지금까지 잠정 집계된 피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과수 등 농작물 피해는 축구장 2,800개 크기와 맞먹는 2천여㏊에 이릅니다.
시설하우스 피해도 1,300동을 넘어섰고, 농기계 1만 4,500여대가 불타는 피해가 났습니다.
주거시설 문제를 해결하더라고 농기계와 농사지을 씨앗 등이 모두 불에 타 막막한 상황입니다.
30년째 특용작물을 연구하고, 재배하는 한 농민은 산에선 산양삼과 약초를, 창고에선 농기계와 자재를 한순간에 모두 잃었습니다.
<권장율/안동 임하면>
"여기에 작약 말려 썰어뒀는데, 가격이 좀 덜 해서 제가 불나기 한 일주일 전에 어떤 사람들이 사러 왔었는데 가격이
몇백만 원 차이가 나 (팔지 않고) 여기 그 3천 근 넘게 있었거든요."
10년 가까이 지역 농협에서 빌려 사용하던 창고가 건물만 화재 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난 후 더욱 절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부 피해 보상 만으론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권장율/안동 임하면> "아예 기대도 안 하고요. 그런 것까지도 기대를 안 하고 그냥 저는 단지 전체적인 부분에 만약에 줄 수 있다면 다만
10~20%라도 주면 그걸 보태서 어떻게라도 살아 나갈 생각을 하는데 지금은 실질적인 포기 상태죠."
이런 상황에 최근 마을에서 불탄 농기계와 자재 등 고철을 노린 범죄 피해까지 일어나 피해 농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앵커]
생계를 걱정하는 산불 피해 주민들을 노린 범죄까지 발생하고 있다니 더욱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경찰 등에서 이런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계속해서 피해 부분 관련해 좀 더 이야기 나눠 보죠.
이번 경북 산불이 번진 경북 북부 지역이 사과와 송이버섯 주산지인데 자연산 송이버섯은 피해 보상 대상에 빠져 있다고 하는데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네, 말씀하신 것처럼 자연산 송이는 제가 있는 이곳 영덕과 청송, 영양, 안동 등에서 전국 생산량의 약 절반가량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영덕은 경북 지역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는데요.
산불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지만 사실상 피해 보상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피해가 났지만,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자연 재난 등 재해 조사에 대한 관련 법에 자연산 송이에 대한 항목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2년 울진 산불로 1만㏊의 산림 피해가 났는데 농가당 2천만원씩 지원금이 지급됐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재해 복구비가 아닌 대체 작물 지원을 명목으로 지원된 일반 보조금이었습니다.
숯덩이가 된 산엔 소나무를 심어 가꾸더라도 다시 송이가 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상범/영덕 자연산 송이 임업인> "보통 우리가 나무를 심으면 한 20년 30년 이러는데 지금 고성에 해서 산불 났을 때가 98년도가 97년도인가 그런데... 지금 아직도 그 현장에 송이가 안 나거든요."
울진산불 이후 정부 관계 기관에 피해 구제를 위한 제도 개선을 요청했지만 반영되진 않았습니다.
자연산 송이는 자연 발생적으로 나는 것을 주민들이 따서 채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인데, 영덕 주민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20여년 전부터 영덕에선 '송이 산 가꾸기' 사업을 해왔고, 임업인들이 송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가꿔 왔기 때문입니다.
<이상범/영덕 자연산 송이 임업민> "1% 정도만이라도 우리 산림 임업 하시는 분들한테 (지원을) 좀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는 전부 장기적으로
20~30년을 보고 이렇게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라 이거 지금 당장 지금 나무 심어선 20년, 30년 생계가 진짜 막막합니다."
[앵커]
이번 산불로 많은 재산 피해뿐만 아니라 소중한 생명을 잃는 등 인명피해도 컸습니다. 동쪽 끝자락 마을까지 불이 크게 확산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네, 말씀하신 것처럼 영덕에서 10명이 숨지는 등 진화 작업 중 사망한 헬기 조종사를 포함해 이번 산불로 27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피해가 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연무와 강풍 등 기상 악조건으로 원활하지 못했던 진화 작업과 불에 잘 타는 소나무 수종 등 여러 요인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태풍급 강풍 등 기후적 요인이 사실상 피해를 키웠다는 설명입니다.
<이영주/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 "이전과는 다르게 산불의 양상들이 대형화되고 또 기후적인 영향, 강한 바람이라든지 여러 가지 이런 상황들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불가항력적인 부분도 상당히 있었거든요."
[앵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인명피해를 줄일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산불을 계기로 점검해 보거나 개선해 볼 부분은 없을까요?
[기자]
네, 방재 전문가들은 산불 대응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우선 대형산불 발생 상황에서 운영되는 매뉴얼들은 정상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현재의 산불 대응 시스템이 진화 중심에 치우친 부분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이번 산불이 경험해 보지 못한 대형 재난임은 틀림없지만, 다른 재난 상황과 비교해 인명 대피 과정은 미흡했단 평가입니다.
<박기범/행정안전부 재난대비중앙평가위원(경일대 교수)> "과거 다른 어떤 풍수해에 비해서 대피 훈련을 굉장히 많이 실시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산불에 대해서 대피한다거나 하는 이런 훈련은 사실은 부족했던 실정입니다."
실제로 주민들은 하늘에서 불꽃 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정신없이 대피한 한참 뒤에야 긴급 대피 문자를 받거나, 대피 안내한 장소가 계속 바뀌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다른 재난과 비교해 산불 재난 상황에서의 인명 대피 대처 계획이 부실하다고 지적합니다.
경북도의 산사태나 홍수 등 재난 상황에 대한 EAP (Emergency Action Plan) 비상대처 계획을 살펴보면, 강수량에 따른 사전 대피 등 계획이 구체적으로 설정돼 있습니다.
심지어 단계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재해 영향 구역에 따른 대피 동선과 대피소, 대피 대상 등도 설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산불은 구체적인 사전 대피 기준은 물론, 상황 발생 시 안전한 대피 시설이나 대피 경로 등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박기범/행정안전부 재난대비중앙평가위원(경일대 교수)> "여태까지는 산사태라든가 아니면은 풍수해에 이렇게 중점이 맞춰져 있었다면은 산불은 또 다른 재해의 양상이기 때문에 대피소 자체가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이런 지역들 이런 것들에 대한 확보도 굉장히 필요하다…"
이런 지적에 정부는 산불 재난 대피 체계를 개선키로 했습니다.
행안부가 어제 산불확산 예측시스템 개선안을 발표했는데, 산불 도달거리와 시간 기준에 따른 대피 3단계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경북 산불 확산 속도(시속 8.2㎞)를 기준으로 40㎞ 지점을 5시간 내 산불 확산 예상지는 '위험지역'으로 구분해 즉시 대피 조치를 시행하게 됩니다.
또 최대순간풍속을 기준으로 초속 20m가 넘으면 지금처럼 마을 단위가 아니라 시·군·구 단위의 '지역 대피'나 '권역 대피'적용해 대피 구역을 확대키로 했습니다.
[앵커9]
대형 산불이 수년마다 한번씩 반복되는 상황에서 늦었지만, 부족한 점들은 반드시 되짚어 보고 개선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피해 주민 사례들을 보면서 어쩌면 재난의 고통은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듭니다.
피해 지역 주민들이 어려움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정부의 신속한 지원, 그리고 우리 이웃과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정기자, 수고하셨습니다.
#경북산불 #이재민 #피해복구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정지훈(daegurain@yna.co.kr)
취재 이후를 들어보는 시간, 뉴스A/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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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는 역대급 피해를 남긴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경북 산불입니다.
산불 재난으로 아직 많은 지역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데요.
경북 영덕에 나가 있는 정지훈 기자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기자, 지금 있는 곳이 어딘가요?
[기자]
네, 제가 있는 곳은 노물리 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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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를 마주한 작은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작은 어촌 마을인데요.
벽화마을로도 유명하고, 특히 평화로운 풍경에 낚시꾼과 관광객들이 찾는 지역 관광 명소 중 한 곳입니다.
[앵커]
지난달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불과 사흘만에 동쪽 끝 영덕까지 번질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영덕 지역에도 피해가 컸었죠?
[기자]
네, 바로 이곳 노물리 마을에서도 많은 주택과 배가 불타는 피해가 났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항구엔 원래대로라면 조업을 마친 수십 척의 배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던 곳입니다.
무서운 기세로 번진 불은 이곳 동쪽 끝 바다까지 이어졌습니다.
산불로 이곳에 정박해 있던 배 13척이 불탔습니다.
누구도 이곳까지 산불이 번질 것이라고, 또 산불로 배가 불탈 것이라 생각지 못했습니다.
지금 제 옆으로 보이는 잔햇더미가 보이실 텐데요.
불에 타 바다에 가라앉은 어선 잔해들을 끌어 올려 쌓아 놓은 것들입니다.
하루아침에 생계 수단인 배를 비롯해 삶의 터전을 모두 잃은 주민들은 매일 텅 빈 항구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모습입니다.
[앵커]
아직도 많은 주민이 임시 거처나 대피소 등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일텐데,
이재민들 형편과 피해 복구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 규모 중 주택 피해는 4,400여채(4,424채)인데요.
이재민 3천여명(3,509명)이 마을 경로당이나 숙박시설 등 임시주거시설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정부 부처와 경북도는 경북 산불 피해에 대한 합동 조사를 지난 15일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피해가 큰 탓에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살피기 위해 오늘까지도 피해 집계 작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피해 규모를 확정하고 이를 토대로 복구 계획을 세우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시일은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각 시군은 피해 조사가 끝남에 따라 우선 시급한 주택, 창고 등 시설물 철거 작업에 나섰습니다.
경북도와 각 시군은 조사를 통해 이주를 희망한 이재민 2,900여 세대에 임시주택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앵커]
피해 집계가 마무리된 걸로 보이는데, 바다까지 번진 이번 산불로 농작물 피해도 큰 상황이죠. 이제 농번기를 앞두고 있는데 주민들 근심이 클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지금까지 잠정 집계된 피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과수 등 농작물 피해는 축구장 2,800개 크기와 맞먹는 2천여㏊에 이릅니다.
시설하우스 피해도 1,300동을 넘어섰고, 농기계 1만 4,500여대가 불타는 피해가 났습니다.
주거시설 문제를 해결하더라고 농기계와 농사지을 씨앗 등이 모두 불에 타 막막한 상황입니다.
30년째 특용작물을 연구하고, 재배하는 한 농민은 산에선 산양삼과 약초를, 창고에선 농기계와 자재를 한순간에 모두 잃었습니다.
<권장율/안동 임하면>
"여기에 작약 말려 썰어뒀는데, 가격이 좀 덜 해서 제가 불나기 한 일주일 전에 어떤 사람들이 사러 왔었는데 가격이
몇백만 원 차이가 나 (팔지 않고) 여기 그 3천 근 넘게 있었거든요."
10년 가까이 지역 농협에서 빌려 사용하던 창고가 건물만 화재 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난 후 더욱 절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부 피해 보상 만으론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권장율/안동 임하면> "아예 기대도 안 하고요. 그런 것까지도 기대를 안 하고 그냥 저는 단지 전체적인 부분에 만약에 줄 수 있다면 다만
10~20%라도 주면 그걸 보태서 어떻게라도 살아 나갈 생각을 하는데 지금은 실질적인 포기 상태죠."
이런 상황에 최근 마을에서 불탄 농기계와 자재 등 고철을 노린 범죄 피해까지 일어나 피해 농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앵커]
생계를 걱정하는 산불 피해 주민들을 노린 범죄까지 발생하고 있다니 더욱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경찰 등에서 이런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계속해서 피해 부분 관련해 좀 더 이야기 나눠 보죠.
이번 경북 산불이 번진 경북 북부 지역이 사과와 송이버섯 주산지인데 자연산 송이버섯은 피해 보상 대상에 빠져 있다고 하는데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네, 말씀하신 것처럼 자연산 송이는 제가 있는 이곳 영덕과 청송, 영양, 안동 등에서 전국 생산량의 약 절반가량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영덕은 경북 지역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는데요.
산불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지만 사실상 피해 보상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피해가 났지만,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자연 재난 등 재해 조사에 대한 관련 법에 자연산 송이에 대한 항목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2년 울진 산불로 1만㏊의 산림 피해가 났는데 농가당 2천만원씩 지원금이 지급됐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재해 복구비가 아닌 대체 작물 지원을 명목으로 지원된 일반 보조금이었습니다.
숯덩이가 된 산엔 소나무를 심어 가꾸더라도 다시 송이가 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상범/영덕 자연산 송이 임업인> "보통 우리가 나무를 심으면 한 20년 30년 이러는데 지금 고성에 해서 산불 났을 때가 98년도가 97년도인가 그런데... 지금 아직도 그 현장에 송이가 안 나거든요."
울진산불 이후 정부 관계 기관에 피해 구제를 위한 제도 개선을 요청했지만 반영되진 않았습니다.
자연산 송이는 자연 발생적으로 나는 것을 주민들이 따서 채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인데, 영덕 주민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20여년 전부터 영덕에선 '송이 산 가꾸기' 사업을 해왔고, 임업인들이 송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가꿔 왔기 때문입니다.
<이상범/영덕 자연산 송이 임업민> "1% 정도만이라도 우리 산림 임업 하시는 분들한테 (지원을) 좀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는 전부 장기적으로
20~30년을 보고 이렇게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라 이거 지금 당장 지금 나무 심어선 20년, 30년 생계가 진짜 막막합니다."
[앵커]
이번 산불로 많은 재산 피해뿐만 아니라 소중한 생명을 잃는 등 인명피해도 컸습니다. 동쪽 끝자락 마을까지 불이 크게 확산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네, 말씀하신 것처럼 영덕에서 10명이 숨지는 등 진화 작업 중 사망한 헬기 조종사를 포함해 이번 산불로 27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피해가 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연무와 강풍 등 기상 악조건으로 원활하지 못했던 진화 작업과 불에 잘 타는 소나무 수종 등 여러 요인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태풍급 강풍 등 기후적 요인이 사실상 피해를 키웠다는 설명입니다.
<이영주/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 "이전과는 다르게 산불의 양상들이 대형화되고 또 기후적인 영향, 강한 바람이라든지 여러 가지 이런 상황들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불가항력적인 부분도 상당히 있었거든요."
[앵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인명피해를 줄일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산불을 계기로 점검해 보거나 개선해 볼 부분은 없을까요?
[기자]
네, 방재 전문가들은 산불 대응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우선 대형산불 발생 상황에서 운영되는 매뉴얼들은 정상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현재의 산불 대응 시스템이 진화 중심에 치우친 부분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이번 산불이 경험해 보지 못한 대형 재난임은 틀림없지만, 다른 재난 상황과 비교해 인명 대피 과정은 미흡했단 평가입니다.
<박기범/행정안전부 재난대비중앙평가위원(경일대 교수)> "과거 다른 어떤 풍수해에 비해서 대피 훈련을 굉장히 많이 실시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산불에 대해서 대피한다거나 하는 이런 훈련은 사실은 부족했던 실정입니다."
실제로 주민들은 하늘에서 불꽃 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정신없이 대피한 한참 뒤에야 긴급 대피 문자를 받거나, 대피 안내한 장소가 계속 바뀌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다른 재난과 비교해 산불 재난 상황에서의 인명 대피 대처 계획이 부실하다고 지적합니다.
경북도의 산사태나 홍수 등 재난 상황에 대한 EAP (Emergency Action Plan) 비상대처 계획을 살펴보면, 강수량에 따른 사전 대피 등 계획이 구체적으로 설정돼 있습니다.
심지어 단계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재해 영향 구역에 따른 대피 동선과 대피소, 대피 대상 등도 설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산불은 구체적인 사전 대피 기준은 물론, 상황 발생 시 안전한 대피 시설이나 대피 경로 등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박기범/행정안전부 재난대비중앙평가위원(경일대 교수)> "여태까지는 산사태라든가 아니면은 풍수해에 이렇게 중점이 맞춰져 있었다면은 산불은 또 다른 재해의 양상이기 때문에 대피소 자체가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이런 지역들 이런 것들에 대한 확보도 굉장히 필요하다…"
이런 지적에 정부는 산불 재난 대피 체계를 개선키로 했습니다.
행안부가 어제 산불확산 예측시스템 개선안을 발표했는데, 산불 도달거리와 시간 기준에 따른 대피 3단계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경북 산불 확산 속도(시속 8.2㎞)를 기준으로 40㎞ 지점을 5시간 내 산불 확산 예상지는 '위험지역'으로 구분해 즉시 대피 조치를 시행하게 됩니다.
또 최대순간풍속을 기준으로 초속 20m가 넘으면 지금처럼 마을 단위가 아니라 시·군·구 단위의 '지역 대피'나 '권역 대피'적용해 대피 구역을 확대키로 했습니다.
[앵커9]
대형 산불이 수년마다 한번씩 반복되는 상황에서 늦었지만, 부족한 점들은 반드시 되짚어 보고 개선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피해 주민 사례들을 보면서 어쩌면 재난의 고통은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듭니다.
피해 지역 주민들이 어려움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정부의 신속한 지원, 그리고 우리 이웃과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정기자, 수고하셨습니다.
#경북산불 #이재민 #피해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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