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남 보성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나 90대 노인이 고립됐습니다.

폭발과 함께 불길이 거세게 옮겨붙어 위험한 상황이었는데요, 가족들의 다급한 외침을 들은 경찰관이 불길 속에서 할머니를 구조했습니다.

김경인 기자입니다.

[기자]

시골 마을의 한 집에서 시커먼 연기와 시뻘건 불길이 치솟습니다.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한 경찰관.

갑자기 점퍼를 벗어 얼굴을 감싼 뒤 불길 속으로 뛰어듭니다.

모두가 초조하게 지켜보는 사이, 경찰관이 누군가를 안고 나옵니다.

지친 경찰관은 바닥에 그대로 쓰러집니다.

불길에 뛰어든 경찰관은 전남 보성경찰서 소속 박유민 경위.

<박유민 / 보성경찰서 읍내파출소 경위> "'어머니가 있다고 구해야 된다'고 계속 소리치는데 당시 현장에 폭발음이 들리면서 불이 너무 거세게 계속 옮겨붙고 연기도 많이 나고 하니까… 이때 안 구하면 할머니를 못 구하겠다는 생각에…"

박 경위는 점퍼에 물을 적신 뒤 가족들이 가리킨 방향으로 무작정 뛰어들었습니다.

구조된 95살 A씨는 한 달 전 다리 수술로 거동이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박유민 / 보성경찰서 읍내파출소 경위> "저희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나서, 할머니가 저를 어렸을 때 키워주셔서 그런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할머니는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가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현장음> "고맙습니다. (아니요. 아니요.)"

불이 난 집은 완전히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박 경위는 손에 화상을 입고, 연기를 많이 마셔 병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박유민 / 보성경찰서 읍내파출소 경위> "무서웠습니다. 너무 무서웠어요. 근데 그게 포기가 안 되더라고요."

보성군과 전남경찰청은 감사패와 표창 수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김경인입니다.

[영상편집 : 이승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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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인(ki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