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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잇슈] 민원인 응대하다 쓰러져 숨진 세무공무원…남편이 목격한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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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잇슈] 민원인 응대하다 쓰러져 숨진 세무공무원…남편이 목격한 그날

2023-08-19 00:13:43

[현장잇슈] 민원인 응대하다 쓰러져 숨진 세무공무원…남편이 목격한 그날

지난달 24일, 경기 화성시 동화성세무서 민원봉사실

이곳에서 일하던 중 갑자기 쓰러진 45살 故 강윤숙 민원팀장

결국 세상을 떠났는데...

<故 강윤숙 팀장 어머니>
"어린 몸으로 (중1 때 골육종 암 진단으로 수술받아) 다리 하나 없어도 죽을 고비를 넘겼지. 그때 항암 치료할 때마다 못 먹으면 참 마음이 아프고...버텨왔는데 이렇게 소중한 딸을 잃어서 너무너무 마음이 아프고, 우리 딸 앞에서 안 울려고 안 울려고 했는데...하나님 앞에 기도하면서 두 번 기적을 주시옵소서. 한 번 더 기적을 주시옵소서..."

지난달 24일, 이곳 동화성세무서에서 일하던 강윤숙 민원팀장이 한 민원인 응대 도중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틀 전(16일) 결국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오늘(18일) 가족들과 동료들의 배웅 속에 23년 베테랑 직원 故 강윤숙 팀장은 마지막 길을 나섰습니다.

그날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CCTV에 담겨 있는 그날의 상황.

피해자 가족에게만 공개됐던 그 영상을 직접 본 남편이 전하는 그 순간...

<지창근/故 강윤숙 팀장 배우자>
"민원실 담당 직원이 악성 민원을 대응하고 있었어요. (그 민원인이) 뭘 깜빡하고 서류를 하나 못 가져왔나 봐요. 안 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해달라. 옥신각신하다가 말이 안 통하니까 위에 사람 불러와라 그래서 저희 강 팀장(아내)이 간 거예요."

<지창근/故 강윤숙 팀장 배우자>
"아내가 제가 팀장이라고 담당이라고 하니까, '팀장 같지도 않은 사람이 팀장을 하냐, 더 높은 사람 데리고 와라' 이렇게 말을 하며 옥신각신 더 하다가, 갑자기 심장을 부여잡고 놀라서 그 자리에서 휠체어에서 바닥으로 쓰러진 거예요. 대화 도중에 순식간에 그런 일이 벌어졌어요. 마지막에 몸을 한번 떨고, 몸을 떤다는 얘기는 충격적이었다는 거죠."

<지창근/故 강윤숙 팀장 배우자>
"다섯 여섯 분 정도 직원들이 있었습니다. 옆에서 다 지켜보고 있었거든요. 쓰러졌으니까 사람들이 119에 전화하고 우왕좌왕하니까 그때서야 그분(민원인)도 막 놀라기 시작하더라고요. 상황이 너무 급박하고, 119가 오기 2분 전에 직원이 심폐소생술에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지창근/故 강윤숙 팀장 배우자>
"119 도착해서 계속 심폐소생술 했는데도 소용이 없어서...병원까지 도착하는데 35분 정도 걸려서 뇌에 산소 공급이 안 됐어요."

병원의 진단서에는 민간인 상대 중 발생한 스트레스로 인한 심실세동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적혀 있습니다.

<지창근/故 강윤숙 팀장 배우자>
"나중에는 뇌사 판정 받게 됐어요.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보내주기로 했어요. 저도 지금 위암 4기거든요. 힘든 싸움이 될 건 알지만, 형사 고소하고 민사 소송 준비하고 있습니다. (해당 민원인) 연락처도 알 수 없고, 사과라도 듣고 싶은데 법적으로 다 막혀 있잖아요. 사과조차 못 받은 상태에서 저렇게 보내야 된다는 게 참 너무 억울하죠."

<지창근/故 강윤숙 팀장 배우자>
"전국 민원 실장 평가에서 2등 했다는 소식 듣고 기분이 굉장히 좋아져 있었어요. 아침부터 쓰러지기 전까지. 점심때도 직원들하고 즐겁게 밥 먹으면서 얘기했고, 서장님한테도 가서 자랑하고. 기분이 좋은 상태였었거든요. 초창기에 일반 업무 보면서 밑바닥부터 해서 팀장까지 단 거거든요. 저는 CCTV 보고 알았어요 일이 이렇게 힘들고 정신없는 일이었구나..."

악성 민원에 공무원이 다치는 일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지난 3월 충북 보은 행정복지센터에서 술 취한 60대 민원인이 직원에게 주먹을 휘두르는가 하면, 불과 며칠 전인 지난 14일에도, 청주지방법원에서도 상해죄로 불구속 재판을 받던 20대 여성이 법원 공무원을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박중배/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변인>
"칼이나 도끼나 심지어는 엽총까지 들고 와서 억지 부리는 민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민원 응대)매뉴얼은 나중에 법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증거수집할 수 있는 정도의 매뉴얼이지, 실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고요. 안전요원이나 청원경찰 배치 같은 경우 예산 부족 이유로 일부 민원 부서 정도 한 명 정도 배치할 정도지... 공무원 개인에게 맡겨 놓을 게 아니고 사회적인 문제로 보고, 한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잖아요."

현재 국세청은 "CCTV 화면만 있고 음성 채증 안 돼 있는 상태"라면서 '해당 민원'의 경위를 분석 중입니다.

조사 후 해당 민원인을 포함해 적절한 조치 취할 수 있는 범위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런 일들이 되풀이될 때마다, 쉽사리 저항하지 못하는 신분 특성상, 공무원 개인이 홀로 참고 견뎌야 할 일로 삭혀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더 이상 안타까운 희생과 죽음이 없도록, 어느 곳에서 일하더라도 같은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현실적 방어막이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 기획 : 김가희
- 취재 : 이채연
- 영상 취재 : 함정태
- 편집 :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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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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