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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고개 숙인 클린스만호…손흥민 "너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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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고개 숙인 클린스만호…손흥민 "너무 죄송합니다"

2024-02-07 15:05:06

[이슈+] 고개 숙인 클린스만호…손흥민 "너무 죄송합니다"

<출연 : 정주희 연합뉴스 TV 스포츠문화부 기자>


[앵커]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을 노렸던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참패를 당하며, 길었던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스포츠문화부 정주희 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우리 축구 대표팀이 오늘 새벽 끝난 아시안컵 4강전에서 요르단에 0대 2 완패를 당했습니다. 


16강과 8강전에서 드라마를 쓰면서 4강까지 올라간 만큼, 아쉬움이 크게 남는데요.

 

[기자]

 

요르단을 상대로 우리나라 축구 역사상 첫 패배였습니다. 요르단이 FIFA 랭킹 87위이고 우리나라가 23위, 객관적인 전력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대부분의 축구팬들이 '요르단은 잡을 것이다' 이런 예측을 많이 했고요. 카타르 현장에 출장 가있는 많은 취재진들도 호주와 8강전을 이기면서 귀국 항공권과 숙박을 결승전에 맞춰 놓았습니다. 우승 후보 1순위였던 일본이 8강전에서 이란에 일격을 당해 쓸쓸히 퇴장하면서 우리나라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었는데, 일본의 몰락을 지켜보던 우리나라까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떠안게 됐습니다.


[앵커]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철기둥' 김민재 선수의 공백이 너무나 컸던 경기였죠?


[기자]

 

요르단이 준비를 잘하고 나온 것도 있었지만 결국 대표팀의 수비가 문제가 됐습니다. 김민재 선수가 호주와의 8강전에서 옐로카드를 받고 출전할 수 없게 된 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치명적이었습니다. 우리 수비진은 초반부터 잦은 패스 실수로 공을 빼앗기고 역습을 허용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골키퍼 조현우 선수의 선방으로 꾸역꾸역 위기를 넘기다가 후반 8분 첫 실점을 하고 말았습니다. 전반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박용우 선수가 공을 빼앗기면서, 실점의 빌미를 주고 말았는데요, 실점 직후 박용우 선수를 빼고 조규성 선수를 넣은 클린스만 감독의 교체 타이밍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앵커] 


두 골만 허용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기 내내 우리 수비진,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자]

 

네, 사실 수비 불안은 조별리그에서부터 매 경기 문제로 지적돼 왔는데요. 김민재 선수가 빠지면서 완전히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입니다. 박용우 선수는 경기가 끝나고 나서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는데요. 박용우 선수뿐 아니라 누구 하나 콕 집어서 비판할 수 없을 정도로 대표팀의 전체적인 수비 조직력에 문제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8강전까지 11골을 몰아쳤던 대표팀의 공격도 침묵했죠. 


유효 슈팅이 하나도 없었는데요.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요르단전에서 유효 슈팅 0개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남겼습니다. 대표팀은 공격에서도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빅리그에서 뛰는 이 선수들에게 의존적인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왔습니다. 우리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과 호주와의 8강전을 모두 연장전까지 가면서 힘겹게 4강까지 올라왔습니다. 결과만 보면 재밌는 경기들이었지만, 두 경기 연속 120분을 뛴 손흥민, 이강인 선수의 '체력 고갈'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요르단전에서는 수비에서부터 '빌드업'이 실패하면서 손흥민과 이강인 선수는 더욱 고립이 됐고, 요르단 수비수들에 둘러싸인 채로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한 번의 기회를 살려야 하는 '최전방' 공격수 조규성 선수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비판의 대상이 됐습니다. 


[앵커]

 

경기가 끝나고 주장 손흥민 선수 표정에서 허망함이 묻어나왔는데, 누구보다 아쉬움이 클 것 같습니다.

 

[기자]

 

국가대표 주장 손흥민 선수의 사실상 마지막 아시안컵 무대였기 때문에 더욱 아쉬움이 크게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손흥민 선수는 2011년 아시안컵에서 3위, 2015년에는 준우승, 2019년에는 8강에 머무르면서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무관의 아쉬움을 씻겠다는 각오가 컸습니다. 탈수를 겪으면서도 모든 경기에서 풀타임을 뛰었고, 무릎에 테이프를 칭칭 감고도 몸을 아끼지 않았는데, 훈련장에서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자처했습니다. 누구보다 이번 대회에 간절하게 임했던 손흥민 선수는 경기가 허무하게 끝난 뒤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고, 인터뷰에서는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눈물을 참고 말을 어렵게 이어갔습니다. 그러면서도 질책은 자신한테만 해달라면서 마지막까지 주장의 품격을 잃지 않았는데요. 직접 보시겠습니다.

 

<손흥민 / 축구 국가대표> "뭐라고 말씀드려야 될지를 정말 모르겠고…. 너무 죄송하고 또 선수들은 그 와중에도 최선을 다했는데, 너무 감사드리고 너무 죄송하고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정말 말도 안 되는 성원을 이렇게 보내주셨는데…."


[앵커]

 

손흥민 선수는 우리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인데요. 인터뷰에서 국가대표 은퇴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요.


[기자] 

 

네, 손흥민 선수는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손흥민 / 축구 국가대표> "제가 먼저 앞으로 대표팀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저를 더 이상 생각 안 하실 수도 있고 앞으로의 미래는 잘 모르기 때문에…."


대표팀을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갑자기 이런 의미심장한 발언이 나와서 깜짝 놀랐는데요. 대표팀은 당장은 다음 달 태국과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을 치릅니다. 월드컵 본선은 2026년, 손흥민 선수가 만 33살 때 열립니다. 박지성, 기성용 선수가 30세 즈음에 국가대표에서 은퇴했던 것처럼 은퇴를 시사한 발언 아니냐 이런 얘기가 나왔지만, 일단은 대표팀에 계속 뽑힐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일반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앵커]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데다, 요르단을 상대로 참패를 당하면서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 문제도 불거졌죠. 


클린스만 감독의 입장 표명이 있었습니까?

  

[기자]

 

선임된지 약 1년이 된 클린스만 감독은 자질 논란이 있을 때마다 아시안컵 결과로 평가받겠다는 말을 해왔습니다. 손흥민과 김민재, 황희찬, 이강인 등 역대 최고의 전력으로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도 클린스만 감독에게는 '운장', '좀비축구' 이런 수식어들이 따라붙었는데요. 기대에 못미치는 경기력에도 결과는 좋다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말들이었습니다. 그러다 이번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전술 부재, 늦은 교체 타이밍 등 그동안 지적됐던 문제들이 종합적으로 나왔고, 결과도 좋지 않게 되면서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비판 목소리가 한꺼번에 터져나오고 있는데요. 클린스만 감독은 사임에 대해 일단 선을 그었습니다. 직접 보시겠습니다. 


<클린스만 / 축구 대표팀 감독> "아직 어떠한 계획도 없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서 이번 대회에서 잘됐던 점과 안 좋았던 점들을 논의할 것입니다. 2년 반 남은 북중미 월드컵까지 팀이 발전해야 하고 어려운 예선을 치러야 합니다."


[앵커] 


되돌아보면 클린스만 감독은 대회 전부터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것 같은데요. 


아시안컵도 끝난 만큼 대한축구협회가 유임이든 해임이든 결정을 내리겠죠.


[기자]

 

클린스만 감독은 대회 전부터 계속해서 재택 근무, 전술 부재 등의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서왔습니다. 경찰 수사를 받는 황의조 선수가 아시안컵 직전 국가대표에서 제외됐지만, 대체 스트라이커를 뽑지 않았는데요. 최전방 공격 자원으로 조규성, 오현규 선수만 발탁하면서, 공격을 이끄는 손흥민 선수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내내 뚜렷한 전술 없이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에게 의존하는 이른바 '해줘 축구'를 추구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요. 하지만 선수들은 클린스만 감독을 감쌌습니다. 직접 보시겠습니다. 


<손흥민 / 축구 국가대표> "감독님께서 이런 상황을 잘 이길 수 있도록 선수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줘야 될 것 같고 선수들이 이제는 앞으로 정말 조금 더 많은 책임감을 가져야 될 것 같습니다."


현재 황인범 선수를 제외한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이강인 선수 등 해외파들은 카타르에서 곧바로 소속팀으로 복귀했고요. 클린스만 감독을 비롯한 본진은 내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입니다.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 논란은 이제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약 29억원의 높은 연봉을 주고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대한축구협회를 향해서도 비판이 거센 상황인데, 귀국 뒤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번 대회 소득도 있었습니다. 


이강인 선수의 활약상을 보면서 한국 축구의 미래를 봤다, 이런 긍정적인 평가도 있죠.

 

[기자]

 

이번 아시안컵에서 손흥민 선수의 뒤를 이을 이강인 선수를 보는 재미는 위안거리였습니다. 요르단전에서 첫 실점을 하고 나서, 다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때 '막내급'인 이강인 선수가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르면서 사기를 북돋는 장면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번 대회 3골을 넣은 이강인 선수는 경기장 안팎에서 대표팀의 차세대 에이스로서의 잠재력을 뽐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강인 선수도 요르단전에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은 모습이었는데요. 경기가 끝난 뒤 "한국 축구가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지 잘 생각해야 할 때"라며 "첫 번째로 자신부터 더 많은 부분에서 발전하고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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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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