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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잇슈] 배 끊기면 생라면 쪼개 먹고 버티는 섬마을 MZ의사 "제발 좀 내려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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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잇슈] 배 끊기면 생라면 쪼개 먹고 버티는 섬마을 MZ의사 "제발 좀 내려와 보세요"

2025-03-12 12:57:45

[현장잇슈] 배 끊기면 생라면 쪼개 먹고 버티는 섬마을 MZ의사 "제발 좀 내려와 보세요"


정부가 줄곧 내세운 명분은


"지방 의료공백·필수의료 강화"


결과는…정반대로?!


의정갈등 1년을 맞아 저희는 배를 탔습니다


2025.03.07 전남 여수


2시간 정도 있으면 한 섬마을에 도착하게 되는데요.


땅 끝에서 뱃길따라 40km


250여명 주민들은 대부분 고령자

병원도 약국도 없는 섬


아플 때 찾아가는 유일한 곳은?


<연도 주민>

“선생들이 다 잘해주고 싹싹하고 친절하니까. 손님들이 많이 와요”


<현장음>

“가래는 많이 안나오신다고 하셨죠? 약은 몇일치 드릴까요? (한 일주일치만) 일주일이요?”


<양승모/연도 공중보건의>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전라남도 여수시 연도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하고 있는 양승모라고 합니다…섬에 보건소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24시간 대기하면서 환자 진료를 보고 있고요…”


지난달 22일, 서울 용산구


<송하윤/사직 전공의(2.22)>

"대한민국 정부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로 지원하는 의사들을 막고 있습니다"


정부, 사직 전공의들 한꺼번에 몰리자

'입영 대기' 훈령과 함께 '공보의 감축'


군 입영까지 막으며 '복귀하라'...

그 사이 무너져가는 것은?


<현장음(2.22)>

"지방의료 붕괴한다! 공보의를 충원하라!"


<양승모/연도 공중보건의>

"절대적으로 부족하고요. 문제가 안 생길 수가 없습니다...3년 안에 급격히 무너질 거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공보의 모집정원, 지난해 642명→올해 250명

이대로면 3년 뒤엔 현재의 3분의 1토막


<양승모/연도 공중보건의>

“연도 같은 경우에는 옆에 있는 큰 섬 금오도랑 같이 진료를 봐라, 이렇게 명령을 할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러면 금오도에 있는 동안에는 연도 쪽에 문제가 생겨도 저희가 커버를 할 수가 없고요…이렇게 의료 공백이 무조건 발생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연도 주민>

"여기 밭에서 일하면서 손을 벴어요 낫으로. 기다려도 안 멈추는 거예요 (피가?) 네. 어떡하냐 어떡하냐 하다가 전화를 하니까 받아요 (보건소에?) 네. 근데 그렇게 급할 때…가까운 데는 섬이라도 바람이 조금 불면 배가 와요. 헬기 뜰 수 있고. 근데 여기는 파도가 너무 세. 올 수가 없어...경비정도 안 오고 헬기도 올 수가 없을 때 여기 사람들은 어떡해?"


<현장음>

"보시면 1년에 한 20차례정도 응급환자가 생기고요...올해도 지금 벌써 4건이 있었고요…숨이 안 쉬어져서 새벽에 저희를 호출한 상황이었고요"


지속적 감축의 결과는 이미 현실로?!


<양승모/연도 공중보건의>

“섬에 계신 의사한테 육지 순회 진료를 맡기려고 올해 초에 시도를 했다가 잘 안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섬은 기본적으로 근무지 이탈 금지 구역이기 때문에…그래서 순회 진료를 한다고 해도 육지에 있는 의사 선생님들이 순회 진료를 담당해야 되는데 그 인력 또한 너무 부족하다 보니까”


숫자와 함께 줄어드는 정부·지자체의 관심과 지원


<현장음>

“벌레가 좀 많아서, 위에 천장에서 떨어지기도 합니다. (뭐 어떤 벌레가 떨어지는 거예요?) 지네나 바퀴벌레나…택배도 태풍이 오면 다 막히기 때문에 저희는 이렇게 라면이나 즉석밥이나…나갈 때까지는 조금씩 나눠서 먹어야 되고, 저는 라면 같은 경우에는  4분의 1로 쪼개가지고 하루에 하나씩 먹으면서 버틴 적도 있습니다...벽지를 바꿔달라고 계속 말씀을 드렸는데, 아무도 안 내려오시더라고요"


<현장음>

"대상포진 환자들이 많으세요. 어르신들이 많이 계셔서. 근데 저희가 3개월 전부터 계속 연고 필요하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보건본소에서 빨리 안 줘서 계속 애로사항이 있고"


"인원을 줄이려면

배치라도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이곳처럼 꼭 필요한 곳에 충분한 공중보건의와 보건지소가 있어야 하겠지만, 공중보건의와 보건소는 있어도 사실상 유명무실한 곳도 있습니다.


<이성환/대한공중보건의사협회장>

"2023년도 한 해 기준 서울과 주요 광역시, 진료 건수가 0건인 곳을 제외하고 전국 1,200여개의 보건지소 중 대략 64.4%는 일평균 5명 이하의 환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서울에 단 1곳' 노숙인·쪽방촌 진료소엔 공보의가 고작 1명


<한석호/공보의·서울역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부속의원>

"한 5년 전까지만 해도 공중보건의사가 두 명 배치되어 있었는데 차츰 줄어들더니 이제 혼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쉬는 날 없이 진료를 보고 있고요...진짜 많을 때는 한 50 명씩 이렇게 하루에 오실 때도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거의 퇴근 전까지 진료를 계속 봐야 해요"


<한석호/공보의·서울역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부속의원>

"기본적인 위생 상태가 안 된 분들도 계시고 정신적으로도 조금 힘드신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일반적인 진료 상황이랑은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연도 주민>

"사람. 여기 사람도 다 사람"


<양승모/연도 공중보건의>

“고추나 깻잎이나 이렇게 야채나 뭐 간단한 김치 김장 하신 거 음식들 들고 오셔서 나눠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진심이 느껴져서 저도 섬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지만 불만이기보다는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도움 되고 있으니까..."


공보의 제도 정비보다 '증원' 우선시한 정부


<박민수/보건복지부 2차관(지난해 4월)>

"어찌됐던 간에 이런 의료취약지에 의사 인력이 부족하고 공보의를 통해서 부족분을 메우는 전략도 궁극적으로는 전반적인 의료체계의 개혁과 의사 증원을 통해서 공급을 늘려야만이..."


올해엔 한 발 물러났지만, 의료계는 '싸늘'


<양승모/연도 공중보건의>

“내부적인 문제가 많은데 그런 것들은 신경 하나도 안 쓰고 이제 양으로만 계속 해결을 하려고 전부 단순하게만 생각을 해오다 보니까 계속 의사들이랑 부딪히고 지금 의료 공백은 하나도 개선이 안 되고 여기까지 온 것 같거든요”


출구 없이 이어져온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도 해법은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대다수 젊은 의사들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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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재(fresha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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