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정영빈입니다. 한국 사회의 이슈를 발굴하고, 다양한 시선으로 분석하여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지금 시작합니다.
[정영빈 기자]
지금 전 세계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AI와 로봇, 우주산업 등 첨단 미래산업을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반도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특히 이같은 첨단 산업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손을 잡고 전략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이제 어느 한 기업의 사업모델이 아니라 국가의 핵심 전략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정영빈 기자]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요. 압도적 세계 1위를 유지하던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중국이 턱밑까지 쫓아왔고 TSMC가 이끄는 대만 파운드리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위기입니다. 그런데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런 위기를 불러온 이유로 '주52시간제'를 지목합니다. 반면 노동계는 말도 안 되는 핑계라고 반발하고 있는데요, 먼저 반도체 산업계의 목소리를 배진솔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총성 없는 반도체 전쟁··· 우리 기업 현실은? / 배진솔 기자]
[정영빈 기자]
그렇다면 노동계는 어떤 입장일까요. 노동계에서는 반도체 업계에만 예외를 적용하게 되면 주 52시간제의 원칙과 취지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부득이한 경우 근로 시간을 임시로 늘릴 수 있는 제도가 지금도 있는 만큼 이것부터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김유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주 52시간 양보 못 해"··· 노동계 반대 이유는? / 김유아 기자]
[진행자 코너]
"2015년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의 10분의 1 이하였고 TSMC는 3분의 2 수준이었다. 올해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10년 전 그대로인 반면 엔비디아는 280배 늘었고 TSMC는 1조 달러를 넘어 세계 10위에 올랐다." 지난 2월 한국경제인협회장 연임이 결정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의 취임사 중 일부분입니다. 한국 경제를 상징했던 반도체 산업이 처한 위기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식민 지배와 한국전쟁으로 세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수출이었고.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의 수출 1위 품목은 줄곧 반도체였습니다. 이때를 기점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은 고성장을 거듭하며 1980~90년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지배한 일본을 밀어내고 1위에 올랐는데 그 토대는 '초격차'로 상징되는 반도체 기술력의 차이였습니다.
이랬던 한국 반도체 산업에 적색등이 들어왔습니다. 벼랑 끝에 내몰렸다고 합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미국와 일본, 중국, 대만 등은 대대적인 국가 차원의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르게 뛰어가고 있습니다. 반도체 부문의 기술 수준이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충격적인 진단도 나왔습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 한국의 반도체 분야 기술 기초역량이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서 뒤지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중국의 급속한 성장은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중국이 처음으로 반도체 산업 자립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2006년. 당시 향후 15년간의 국가 대형 프로젝트 16개를 제시했는데 그중 반도체가 포함된 것입니다. 이후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집중 추진해왔고 지난해까지 쏟아부은 자금만도 130조 원이 넘습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은 2022년 하반기 시작된 반도체 침체에도 불구하고 생산설비 투자 규모를 끌어올리면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선제적 투자로 경쟁업체들을 따돌렸던 한국 기업들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외신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80%가량을 장악한 D램 시장의 경우,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의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5%를 기록했고, 올해는 12%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중국산 반도체가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넓혀 나가면서 우리 수출은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전체 수출이 소폭 증가했지만 최대 수출 품목 반도체는 16개월 만에 마이너스가 됐습니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수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던 대중국 수출이 15% 넘게 감소한 영향이 컸습니다. 문제는 한국이 앞선 HBM(고대역폭 메모리) 분야에서 중국의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반도체 수출이 계속 쪼그라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영빈 기자]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한국도 국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을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에 시선은 자연스럽게 정치권을 향해고 있는데요, 정치권에서도 22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반도체 특별법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주52시간 예외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반도체 특별법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최지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정치권서 발 묶인 반도체법··· 합의점은 언제 / 최지원 기자]
[정영빈 기자]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거센 추격과 함께 트럼프발 관세 압박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입니다. 대미 반도체 수출 비중은 크지 않지만 안 그래도 중국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겹악재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입니다.
모두가 위기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그에 맞는 대응이 이뤄지고 있는지에는 물음표가 붙습니다. 국정 리더십 공백으로 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정치권 논의도 지지부진합니다. 시설과 기술투자 등에 대한 세액 공제 등을 담은 'K-칩스법'이 그나마 통과됐지만 반도체 특별법 등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정 국정협의회는 멈춰선 상태입니다.
국가와 기업의 사활을 건 기술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뒤쳐진다면 시장에서 밀려나는 일은 정해진 수순일 것입니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일본 반도체 산업이 한국과 대만에 밀려 존재감조차 희미해진 과거를 잊어서는 안됩니다. 기업과 정부 뿐 아니라 정치권까지 한 팀이 돼 지금의 파고를 넘어야 할 때입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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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관형(khr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