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과 잇따라 골프 회동을 가졌습니다.

골프장에서는 지역 현안부터 '개헌'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고 하는데요.

소통과 외교의 수단이었던 동시에 정치적 논란이 대상이 되기도 했던 역대 대통령과 골프의 역사를 정주희 기자가 여의도풍향계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회의실보다 골프장에서 더 많은 일이 성사된다"는 오랜 격언이 있습니다.

골프장은 그만큼 정·재계 인사들이 격의 없이 관계를 쌓고 속내를 나누는 공간으로 활용돼왔는데요.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민의힘 주호영, 박덕흠, 김태호 의원 등 중진들과 잇따라 골프 회동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7월 초 김태호 의원과 함께한 라운딩에서는 '개헌'이 화두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김 의원이 대통령에게 권력과 책임을 나누는 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이 대통령은 공감을 표하며, "내 임기를 단축할 각오도 돼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여러 의원들을 초청했고, 일부는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당은 이를 '소통 노력'으로 보며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인데요.

<김영진 / 더불어민주당 의원(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야당의 목소리, 그리고 반대편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그런 노력이지 않았을까. 저는 좀 더 이런 모임을 차라리 공개적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나경원 / 국민의힘 의원(1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국회에서 저희 이야기 하나도 안 들어주시면서 골프만 치시면 뭐 합니까? 저한테는 전화를 안 하실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하고 맞는 게 잘 없더라고요"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골프 회동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골프는 초당적인 게임"이라고 평했는데요.

해외에서도 골프는 정치적 장벽을 낮추는 소통의 수단으로 여겨진 겁니다.

대통령과 골프의 인연은 우리나라 역대 정부에서도 이어져 왔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6년 태릉CC를 조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박 전 대통령과 태릉CC를 둘러싸고는 여러 일화도 전해집니다.

''장군봉'이라는 언덕을 넘겨야 장군으로 진급한다'부터, '박 전 대통령의 슬라이스를 감안해 페어웨이가 넓어졌다'는 이야기까지 회자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골프를 좋아했던 대통령으로 꼽힙니다.

2000년 김대중 정부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골프에 입문한 것으로 알려진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중에도 태릉 골프연습장을 찾았습니다.

2003년 4월에는 대통령 별장 청남대 개방을 앞두고 소규모 골프장에서 정대철 당시 민주당 대표와 김종필 당시 자민련 총재, 한나라당 출신 이원종 당시 충북지사와 라운딩을 했습니다.

골프가 외교의 수단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과 골프 카트를 함께 타며 친분을 과시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은 국내에서 열린 2015년 프레지던츠컵 대회를 계기로 동반라운딩을 갖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골프 라운딩을 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는데요.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여러 차례 골프 이야기를 나누며, 첫 한미 정상간 '골프 외교' 기대감을 키웠습니다.

대통령의 골프에는 정치적 논란이 따라붙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인데요.

골프장을 이용한 시점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졌고, 휴장했던 군 골프장을 억지로 열게해 '황제골프'란 비판까지 나왔습니다.

야당이던 민주당은 강하게 공세를 펼쳤고, 당시 여당이던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골프를 치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엄호했습니다.

<이재명 /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2024년 11월 16일)> "황제골프 치면서 즐기는 그 돈조차도 우리가 새벽 일찍 만원버스 타고 나가 피땀 흘려 번 돈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국민을 배신하는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줍시다"

해외도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이란을 둘러싸고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골프대회 우승을 자랑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7월 12일 해군 장병 실종 당시 이 대통령이 골프를 쳤다는 의혹 등을 제기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장동혁 / 국민의힘 대표(지난 6일)> "우리 해군 병사가 차가운 바다에서 죽어가고 있을 때 대통령이 골프를 쳤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회의실보다 골프장에서 더 많은 일이 성사된다'는 격언처럼, 골프장에서 시작된 대화가 실제 협치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동시에 대통령의 골프에는 언제나 엄격한 국민의 시선이 따라붙는다는 점도 역사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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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희(g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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