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우리 헌정사에 길이길이 남을 한 마디 입니다.

'대통령제'인 우리나라에서 '절대 권력'으로 인식돼온 행정부 수장이 '사법부' 결정으로 탄핵된 최초의 사건이었기 때문인데요.

입법, 사법, 행정으로 구성되는 '삼권분립'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상호간의 견제를 통해 권력 무게추가 한 쪽으로 쏠리지 않게 하자는 취지로 도입한 제도적 장치인데, 우리 정치사에서 이 세 권력은 때때로 충돌하며 그 균형을 맞춰왔습니다.

사법부 결정으로 행정부 수장 자리에서 내려오는 '굴욕의 역사'는 보수진영에서 되풀이 됐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도 헌법재판소 '주문'에 대통령실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됐습니다.

<문형배 /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2025년 4월)>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12·3 불법 비상계엄을 저지른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부의 '단죄'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윤성식 / 재판장 (지난 4월)> "피고인을 징역 7년에 처한다. 원심 판결 무죄 부분 중 허위작성공문서 행사의 점에 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사법부 결정으로 '영어의 몸'이 된 보수진영 대통령 '비극'의 역사는 박근헤 전 대통령 이전으로도 거슬러 올라갑니다.

퇴임 뒤 횡령과 뇌물 등 혐의로 법정에 선 이명박 전 대통령은 17년형을 선고 받은 뒤 윤석열 정권 때 사면·복권됐습니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수괴 혐의로 법정에 불려나온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수의 입은 사진 역시 국민들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대권 주자'의 명운이 사법부에 의해 좌지우지되기도 합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2015년 재판에 넘겨졌던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며 '정치 인생' 위기를 맞았지만, 2심에서 뒤집히고 대법원에서 확정되며 기사회생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마찬가지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항소심에서 뒤집히며 결과적으로 대선 후보 자격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아직 1심이긴 하지만, 법원 판결로 대권 가도에 먹구름이 드리운 '잠룡'도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으며, 2030년 대권 도전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오세훈 / 서울시장 (지난달)> "국민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10개의 공표·비공표 여론조사 중에 오늘 재판부에 의해서 5개가 유죄로 인정이 됐습니다. 그러나 저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항소심에서 다투겠습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사례들에 비춰보면, '사법 권력'이 행정·입법 권력보다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 핵심인 '삼권분립' 그 균형이 무너져 무게추가 한 쪽으로 쏠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는 까닭인데, 이런 이유로 민주당이 꺼내든게 바로 '사법 개혁' 카드입니다.

민주당은 잘못된 판결을 내린 판사를 고소할 수 있는 법왜곡죄, 대법관을 지금보다 12명 늘리는 대법관 증원, 사실상 '4심' 제도를 도입한 재판소원 등 '사법 개혁' 3법을 통과시켰는데요.

이런 흐름 속, 그동안의 '관례'를 깨는 대법원 움직임이 포착되며 여의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통상 대법관 제청에 앞서, 대법원장이 청와대를 찾아 대통령과 '대면 협의'를 하는게 관례였는데, 조희대 대법원장이 관례를 깨고 '서면 임명 제청'을 한 겁니다.

여권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시한 처사라며 조 대법원장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고.

<김동아 / 국회 법사위 민주당 위원> "윤석열과 세 번 만났고, 이재명 대통령은 패싱했습니다. 그야말로 ‘희대의 이중잣대’입니다. 조희대는 윤석열과 한몸이자 윤석열의 최후의 보루입니다"

국민의힘은 조 대법장을 겨냥한 여권의 공세야말로 이 대통령에 대한 분명한 탄핵사유라고 받아쳤습니다.

<곽규택 / 국회 법사위 국민의힘 위원> "대법 측에서 청와대와 대화 시도 했지만 만나지 않았단 것. 서면 또한 민정 수석과 협의 됐단게 행정처장 확인. 만약 대통령이 제청까지 협의 안하려고 했다면 탄핵 사유야"

여권과 조 대법원장의 충돌을 두고, 2년 뒤 시작되는 대법관 증원을 앞두고 벌써부터 청와대와 사법부가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입법, 사법, 행정 세 권력이 서로를 견제하며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충돌'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충돌이 더 큰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권력 다툼'이 돼선 안될 일입니다.

'삼권'보다 더 크고 무서운 권력은 '주권'이고, 국민들이 항상 이 '삼각관계'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명심하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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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hw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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