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 2기 개각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다음주 줄줄이 열립니다.

이번 청문회는 김승원 법무부장관, 용혜인 성평등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온갖 의혹으로 어느 때보다 치열한 여야 공방이 예상되는데요.

'청문회 슈퍼위크'를 하루 앞두고, 우리 정치의 인사청문회 발자취를, 배윤주 기자가 이번주 여의도풍향계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개인의 과거는 지난 일이지만, 공직자의 과거는 되살아난 현재.

인사 청문 대상이 되는 순간, 후보자의 인성과 도덕성, 공직수행 능력부터 가족들의 과거사까지, 말 그대로 '현미경 검증'이 진행됩니다.

이번 정부 2기 내각 발표 이후에도, 김승원·용혜인 후보자를 향해 '인사검증 실패다, 지명을 철회하라'는 야당의 십자포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싼 끊이지 않는 논란들 때문인데, 이러한 의혹 제기, 주제만 달리할 뿐 매 정부 반복돼 온 풍경입니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김대중 정부 당시 지난 2000년 처음 실시됐습니다.

14대 국회 초기 내각의 주요 공직자들이 '자녀 부정 입학'과 '재산 부정 축적' 문제로 임명 직후 사퇴하거나 경질되는 일이 반복되자, '사전 검증'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높아지며 도입됐는데요.

초기엔 국무총리와 주요 헌법기관장 등에 더해 국정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을 대상으로 했다가 2005년부터 모든 국무위원 후보자로 확대됐습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20여 년간, 음주운전, 탈세, 위장전입,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등 후보자들을 둘러싼 '단골 논란'은 해마다 추가돼 왔습니다.

각종 논란 속에 새 정부 1기 내각마다 최소 3명의 내정자가 인사청문의 벽을 넘지 못했는데요.

그중에서도 장관 후보자들이 청문회장에 서기도 전부터 연쇄 낙마했던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가 회자됩니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 초기 내각부터 3명의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치기도 전에 잇따라 낙마했습니다.

이춘호 여성부장관 후보자는 본인과 자식 명의로 전국에서 40건의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며 청문대에 서보지도 못했고, 남주홍 통일부장관 후보자는 미국에 거주하는 부인의 국내 부동산 투자 논란 등으로, 박은경 환경부장관 후보자는 대규모 신도시 개발 직전 농지 투기 의혹 등으로 각각 자진 사퇴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내각에선 낙마한 고위공직자 후보자 8명 가운데 6명이 부동산 투기나 위장전입 의혹과 관련돼 있었습니다.

청문회 '줄낙마'를 피하겠다며,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아예 고위공직자 원천 배제 '7대 원칙'을 세웠습니다.

<박수현 / 전 청와대 대변인 (2017년 11월 22일)> "병역 기피,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에 음주운전, 성(性)관련 범죄를 추가해 7대 비리로 범위를 확대하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피해가지 못한 인사 참사,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성매매를 두둔하는 듯한 내용의 칼럼과 교제하던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몰래 혼인신고한 예전 이력이 드러나 자진사퇴했고,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는 막말과 음주운전, 임금체불 논란으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는 뉴라이트 역사관과 창조과학 종교관 논란 끝에 각각 사퇴했습니다.

<김병관 /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2017년 9월 11일)> "지구의 나이는 어떻게 되나요?"

<박성진 / 당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2017년 9월 11일)> "창조 신앙을 믿는 입장에서 교회에서는 6,000년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학자들이 탄소 동위 원소나 이런 부분에 근거해서…"

결국 엄격한 인사 원칙에 스스로 발목 잡혔다는 평가 속에, 역대 정부 중 가장 늦은 출범 195일 만에 1기 내각을 완성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선 보건복지부 장관후보자가 두 번 연속 '사전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해 스스로 물러난 사례도 있습니다.

정호영 후보자는 '자녀 경북대 의대 편입 특혜' 의혹으로 집중포화를 맞은 끝에, 김승희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으로 배우자 차량을 도색했다는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논란이 확산하자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윤석열 / 전 대통령 (2022년 7월 4일)> "도덕성면에서도 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을 보면 비교가 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다르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에선 '보좌진 갑질 의혹'이 장관 후보자 검증의 새로운 잣대로 부상했습니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까지, 과거 보좌진을 상대로 한 폭언과 부당한 업무지시 의혹이 청문회의 도마 위에 오른 건데요.

특히 강 후보자는 보좌진에게 자택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시켰다는 의혹이 일며, 청문회장에서 때아닌 음식물 쓰레기봉투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강선우 /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난해 7월 14일)> "상처를 받았을 보좌진들께 심심한 사과를 드리는 바입니다. 모두 다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

강 후보자는 자진사퇴했고, 그간 인사청문회에서 현역 국회의원 출신은 낙마하지 않는다는 '현역 불패' 풍토를 깬 첫 사례가 됐습니다.

26년 인사청문회의 긴 역사만큼이나 낙마 사유도 다양했습니다.

다만 후보자나 가족의 과거 행적에 집중되다 보니 정작 정책 역량 검증은 뒷전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아 왔는데요.

올해도 청문회를 앞두고 여야만 바뀐 치열한 공수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청문회가 따질 것은 따지되, 후보자의 국정 철학과 전문성, 정책 비전까지 제대로 묻는 본연의 역할을 할지도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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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주(boa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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