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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코스피 3,000시대…명과 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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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코스피 3,000시대…명과 암은?

2021-01-24 07:49:18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코스피 3,000시대…명과 암은?

<오프닝: 이준흠 기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상식의 눈으로 질문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지금 시작합니다! 이번 주에 함께 살펴볼 이슈, 먼저 영상으로 만나보시죠.

[영상구성]

<이준흠 기자>

코로나19 사태 속에 전 세계 공장과 물류는 멈춰 섰습니다. 초기에만 해도 ‘대공황’ 수준의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우리 코스피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내달려, 3,000선을 돌파했습니다. 어떤 요인이 있었는지 먼저 소재형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두 배 뛴 코스피…13년 만에 3,000 시대 개막 / 소재형 기자>

코스피는 지난해 1,400선에서 2,800선까지 두 배나 뛰어올랐습니다. 올해는 3,000선을 웃돌면서 박스권에서 완전히 탈출했습니다.

18년과 13년, 코스피가 1,000에서 2,000까지, 2,000에서 3,000까지 닿는데 걸린 기간입니다.

지루하던 박스권에서 벗어난 건 역설적이게도 코스피를 주저앉혔던 코로나19의 영향이 컸습니다.

지난해 한국은행은 코로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5%,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렸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막힌 돈줄을 풀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정부도 지난해 네 차례 추경을 실시하는 등 554조7,000억원에 달하는 역대 가장 많은 예산을 풀었습니다.

그만큼 시중에는 유동성이 넘쳐났습니다.

실제, 지난해 11월 기준 통화량은 3,178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김대종/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더 많은 유동성이 풀리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확재 재정을 한다. 그러면 증시가 좋아지는 것이죠."

여기에 미국 등 일부 국가들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기업의 실적 회복에 따른 경기반등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우리뿐만 아니라 전세계 증시는 파죽지세의 상승세입니다.

일단 당분간 눈에 띠는 악재도 없는 상황.

다만, 과도한 대출 및 실물경제와 괴리된 증시 호황은 자칫 금융 불안정을 불러올 수도 있는 만큼 경계감도 필요합니다.

<김자봉/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내 가계부채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가계부채를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는 그런 정책수단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이 때문에 최근 마이너스 통장 등으로 빚을 내 주식투자를 하는 이른바 영끌, 빚투에 대한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소재형입니다.

<코너:이준흠 기자>

요즘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주식 이야기가 꼭 대화 주제로 나오죠?

우선, 주식 투자 열풍에 대한 몇 가지 보도를 살펴보겠습니다.

불 붙은 코스닥 시장, 투자자 화상 입을라

신종 전염병, '주식 중독증'

성층권 뚫은 증시, 고공 비행 계속할까

"개미를 우습게 보지 말라"

모두 주식 시장 폭등을 다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최근 기사가 아니라,

각각 1999년, 2007년에 나온 기사입니다.

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코스피가 다시 1,000을 회복하고, 펀드 열풍 속에 2,000까지 돌파하던 무렵입니다.

기사 제목만 보면 코스피 3,000을 갓 넘은 지금과 전혀 구별이 안되죠?

IMF 사태, 미국 9.11 테러,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지날 때마다 우리 증시는 푹푹 꺼지며 좀처럼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올라갈 듯 말 듯 하던 코스피를 쭉 밀어올린 지금의 일등공신, 일명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입니다.

우리 뿐 아니라, 미국에는 로빈후드, 일본은 닌자, 중국은 잘라도 또 자라는 부추, 이렇게 부르는 이름은 달라도,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등에 업고, 지금의 주식장을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은 개인 투자자 덕분에 코로나 시대에도 전 세계 증시는 오히려 호황을 맞았습니다.

이 때문에 저희가 지난주 짚어본 부동산 시장과 비슷하게, 다른 사람은 다 주식해서 돈 버는데, 나만 돈 벌 때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에 이른바 '포모증후군'을 겪는 사람도 있다죠.

돈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에도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광받는 소비행태는 욜로였습니다.

지금 행복한 게 제일이지, 하는 마음에 투자보다는 자기자신에 돈을 쓰는 소비풍조가 널리 퍼졌던거죠. 하지만, 이제는 극단적인 절약과 투자로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증시로 돈이 몰리는 건 기업 투자가 활성화되고,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신호이기도 한데요.

주식 시황이 앞으로도 좋을까? 하는 질문에는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분분합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주식을 투기와 도박으로 접근한다면 하루 종일 마음이 불안하고, 결국 돈을 잃을 가능성도 높다는 거죠.

최근 투자를 위해서 주식 계좌에 넣어놓은 예탁금, 증시 대기 자금이 74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죠. 특히 2030세대까지 있는 돈 없는 돈 털어서 주식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는데요. 이들이 주식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윤솔 기자가 직접 만나봤습니다.

<"커피 값이라도 벌려고"…주식 열풍 이끈 2030 / 윤솔 기자>

지난해 3월, 20대 프리랜서 A씨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일거리를 잃자 주식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적은 돈으로 시작한 투자. 지금은 투자 규모를 30배 정도 늘렸습니다.




<A씨 / 프리랜서>

"다들 주식을 하는 걸 보고 '나도 누워만 있을 게 아니라 커피 값이나 벌어보자' 하는 생각이 들어서…잃은 적도 있지만 꾸준히 수익은 나고 있는 편이어가지고 앞으로도 계속 할 거 같아요. "

코스피 3000시대를 이끈 건 2030의 주식 열풍입니다.

주요 증권사들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개설된 주식 계좌 중 2030 비중은 절반이 넘습니다.

2030의 주식 열풍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됩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주식투자를 하는 20대는 5개월 전 12%에 불과했으나 이달 들어 27%로 급증했고, 30대의 주식투자자 비율은 38%에 달했습니다.

국민 전체로 보면 10명 중 3명이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습니다.

주식 투자를 하게 된 요인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구직난과 집값 상승을 꼽았습니다.

집값이 올라 대출로 집을 사기 어렵게 되자 전세를 택한 뒤, 남는 자금으로 주식에 투자했다는 겁니다.

<이용재 / 30대 직장인>

"집값이 많이 올라가지고 여러 고민을 하다가 전세로 해 가지고 전세자금 대출 받아서 전세로 이사 가고…또 적금만 해서는 우리가 언제 집을 사겠냐 이야기 하다가… "

주식에 빠져든 2030은 스스로를 '주식투자와 어린이'의 조어인 '주린이'라고 부릅니다.

'주린이'들은 인터넷 강의를 듣듯 유튜브를 통해 공부하고, 인터넷 토론방에서 정보를 주고받습니다.

주가가 계속해서 오르기를 소망하는 '삼기도문', 벼락부자처럼 가만히 있다가 상대적으로 거지가 됐다는 '벼락거지' 등 새로운 유행어도 나옵니다.

이런 열풍 속에 개인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 융자 잔고는 최근 21조 2천억 원을 넘으며 최대치를 기록했고,

외상 거래로 산 주식의 대금을 납입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강제로 처분해 채권을 회수하는 반대매매도 387억원에 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부채가 커지면 상승장에서는 괜찮지만 하락장에서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이 되어서 돌아올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성태윤 /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만약 하락세로 반전되는 경우에는 현재 부채를 이용한 투자가 급증한 부분은 상당한 위험이 될 수 있고, 특히 젊은 분들을 중심으로 레버리지에 기반한 투자가 확대되어 있는 것은 큰 위험 요소로 생각됩니다."

연합뉴스TV 윤솔입니다.

<이준흠 기자>

요즘 이런 주식 투자자들의 눈이 정치권에 쏠려 있습니다. 지수 하락을 막기 위해 오는 3월까지 한시적으로 실시했던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를 놓고 논쟁에 불이 붙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여권을 중심으로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데, 야권과 시장에서는 정치가 개입할 영역이 아니라는 주장을 폅니다. 이 내용은 장보경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재개냐, 금지 연장이냐…정치권 파고든 '공매도 논쟁‘ / 장보경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금지했던 '공매도' 제도의 오는 3월 재개를 앞두고, 정치권이 뜨겁습니다.

공매도의 개념은 이렇습니다.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리면 이를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갚는 투자 방식입니다.

시장의 거품을 제거해 안정화시킨다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 주가 하락을 부추겨 증시 불안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논의의 물꼬를 튼 건 민주당 박용진 의원.

박 의원은 지난 5일, 금융위원회에 공매도 재개에 대한 신중한 재검토를 공개적으로 요청했습니다.

여기에 당 최고위원인 양향자 의원도 "공매도 금지 연장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양향자/더불어민주당 의원>

"지금 주식시장에 개인투자자의 비율이 65%입니다. 공매도 재개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계시기 때문에 이 부분을 해소해드리지 않고 재개하는 것은 시장의 혼란과 저항에 부딪힐 거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우상호 의원도 공매도 금지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데 힘을 실었습니다.

그러나 당 내부에선 또 한 차례 연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됩니다.

민주당 오기형 의원은 "한시적 공매도 금지는 결국 풀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가 공매도 제도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 하락,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겁니다.

김병욱 의원도 "불법 공매도 처벌 조항이 4월 초에 발효가 된다"며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정치권에서 공매도가 큰 이슈로 떠오른 건 오는 4월 재보궐 선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현재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는 비율이 올해 1월 29%로 뛰어올랐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로,

주식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이를 둘러싼 표심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입니다.

야당은 재개여부나 시점 모두 금융당국이 결정할 문제라며, 정치권의 개입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증권시장 과열을 연장하는 건 아닌지 증권당국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성일종/국민의힘 의원>

"공매도를 가지고 국회에서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이상하잖아요. 범법행위가 있다든지, 부정비리가 있다든지, 제도가 잘못돼 있다고 한다면 국회에서 논의하는게 맞죠. 그러나 시장 기능에 대해서 논의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결정권을 쥔 금융위원회는 당초 오는 3월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제도 개선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나서 "단정적인 보도는 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공매도 재개에 대한 '동학개미'들의 우려와 정치권의 기류를 감안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매도 재개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2월 임시국회에서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권의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지만 무차입 공매도 등의 불법행위를 감시하고 처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입니다.

연합뉴스TV 장보경입니다.

<클로징: 이준흠 기자>

“위기는 반복됩니다. 돌고 돌죠. 하지만...위기는 기회잖아요?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거죠.” 이 영화의 대사처럼,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수많은 실업자가 양산된 반대편에선 큰돈을 번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K’는 우리의 자랑거리죠. K-방역, K-팝, K-푸드, 하지만 끝부분이 갈라지는 K자의 모양처럼, 최근 증시 폭등 이면에는 코로나 사태 이후 더 심화하는 K-양극화가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년, 이제 남은 과제는 단지 전염병 극복만은 아닌 듯 합니다. 이 양극화의 간격을 어떻게 좁혀야할지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집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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