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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풍향계] 퇴행으로 이어지는 나쁜 정치…정국 삼킨 '색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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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풍향계] 퇴행으로 이어지는 나쁜 정치…정국 삼킨 '색깔론'

2022-10-18 08:38:27


[여의도풍향계] 퇴행으로 이어지는 나쁜 정치…정국 삼킨 '색깔론'

[앵커]

여야의 대립이 점입가경입니다.

외교·안보 공방은 이제 때 아닌 '색깔론' 공세로까지 번졌는데요.

구태 담론이 반복되며 정치의 퇴보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최지숙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기자]

'적대감'과 '위기감'.

한국 정치에서 이 두 가지 부정적 정서가 뒤섞일 때면, 음습한 토양을 바탕으로 극단의 양분론이 자라곤 했습니다.

이것이 등장하는 순간 비판은 이성을 잃고 상식은 퇴보했는데, 바로 '색깔론'입니다.

주로 선거철 유령처럼 출몰하던 색깔론이, 최근 여의도에선 민생 현안 점검에 집중해야 할 국정감사 기간에 등장했습니다.

먼저 불을 지핀 것은 한미일 연합 훈련에 대한 야당의 '친일 국방' 공세.

일본 해상자위대가 참여한 한미일 동해 연합훈련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 친일론을 띄웠습니다.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지난 7일)> "일본의 군사 이익을 지켜주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극단적 친일행위다, 대일 굴욕 외교에 이은 극단적 친일 국방 아니냐…"

'욱일기가 한반도에 다시 걸릴 수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등 이 대표는 연일 발언 수위를 높였고, 특히 욱일기 언급에는 국민의힘도 '국민을 현혹하는 망언'이라며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대통령실은 북한의 도발 억제를 위한 삼각 공조를 강조했지만,

<김은혜 / 대통령실 홍보수석(지난 9일)> "한미일 3자 안보 협력으로 우리 국민을 지켜내는 동시에 북한이 핵을 내려놓은 그 손에 자유와 평화, 번영이라는 미래를…"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실정을 덮기 위해 남북 긴장관계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손뼉도 마주치면 소리가 나는 법.

민주당의 친일 국방론에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강경 발언으로 불을 지폈습니다.

'앞잡이', '조선 총독' 등 논리 없이 쏟아지는 맹공에 여당도 '죽창가 변주곡'과 '인공기' 등을 거론하며 대응에 나섰습니다.

<성일종 /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지난 11일)> "한반도에 욱일기가 걸릴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럼 인공기는 걸려도 괜찮다는 말씀입니까."

여기에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SNS에 올린 글이 도화선이 됐습니다.

정 위원장은 '조선은 안에서 썩어 망했고,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말한 것뿐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진석 /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지난 12일)> "진의를 호도하고 왜곡하면 안 된다…식민사관이 아니라 역사 그 자체에요."

민주당에선 '식민사관' 공세가 뒤따랐습니다.

급기야 정 위원장의 조부까지 거론됐고,

<임선숙 /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지난 12일)> "(정 위원장 조부는) 만주사변에서 공을 세운 것으로 조선 총독부가 만주사변 공로자 공적 조서까지 작성해 준 사람입니다."

야권은 정 위원장에 대해 국회 징계안을 제출했습니다.

출구 없는 전쟁 속에 국감도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했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선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출석한 가운데 충돌이 재연됐습니다.

<윤건영 / 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 12일)> "'윤건영이 종북 본성을 드러내고 있다.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수령님께 충성하고 있다' 이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까."

<김문수 /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지난 12일)> "그런 점도 있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김일성주의자'로 연결시키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김문수 /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지난 12일)> "문재인 (전)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확실하게 '김일성주의자'입니다."

이에 국감장에서 결국 퇴장 조치가 결정됐고,

<임이자 / 국민의힘 의원(지난 12일)> "다수의 힘으로 그렇게 퇴장시킨다면 우리가 뭘로 막겠습니까."

갈등과 파행만 이어졌습니다.

정치 오염과 혐오만 퍼뜨리는 색깔론이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요.

정치권에선 흔히 세 결집 그리고 국면 전환 효과라는 두 가지 배경을 꼽습니다.

색깔론이 움트기 시작한 수십 년 전으로 가보겠습니다.

1963년 대통령 선거에서 박정희 당시 후보는 윤보선 후보로부터 '빨갱이'라는 색깔론에 휘말렸습니다.

남로당 경력을 문제 삼은 공세였는데, 최종적으로 윤보선 전 대통령은 패배했지만 일부 지역에선 세 결집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집권 후에는 정적 탄압에 색깔론을 앞세웠습니다.

이후 정치권에선 '친일과 종북', '우파와 좌파'로 대변되는 색깔론이 잊을 만하면 '좀비'처럼 나타나 기승을 부렸습니다.

최근 20대 대선을 비롯해 특히 선거철에는 어김없었는데, 한 번 등장하면 모든 정국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습니다.

외견상, 위기 극복이나 지지층 결집에 일시적 효과가 있다는 판단으로 반복돼 온 극약 처방이지만, 정치권에서도 회의적 시각과 '한국 정치 퇴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일제 침탈과 동족상잔을 겪은 한반도에서, 민족의 상처를 공세의 도구로 이용하는 색깔론의 반복은 어찌보면 비극 그 자체입니다.

그 아픔을 아는 국민에게는 아물어 가는 상처의 딱지를, 몇 번이고 다시 떼어내는 고통일 것입니다.

미국의 정치인 로버트 케네디는 '진정으로 건설적인 힘은 폭탄이 아니라 창의와 연민, 그리고 너그러움에서 나온다'고 했습니다.

공멸을 향한 분열의 정치가 아닌 공생을 향한 화합의 정치에서, 위기 극복의 답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여야 #친일 #색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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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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