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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묘해지는 학폭…예방 놓치면 '사후약방문'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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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묘해지는 학폭…예방 놓치면 '사후약방문'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2023-03-17 15:23:06


교묘해지는 학폭…예방 놓치면 '사후약방문'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국가수사본부장에서 하루 만에 낙마하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더욱 커졌습니다.

학교폭력은 단순한 '아이들 싸움'이 아닌, 심각한 범죄이자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 변호사가 검사 재직 시절, 법률적 전문성을 활용해 끝장 소송을 벌이면서 '아빠찬스' 논란으로까지 번졌는데요.

학교폭력의 실태와 대책을 다뤄보겠습니다. 먼저 한채희 기자입니다.

['SKY보다 의대'…초등학생부터 의대 입시반 준비 / 한채희 기자]

꽃다발을 든 남성의 어깨를 토닥이는 정순신 변호사와 뒤에서 박수를 보내는 이들.

대학신문에 학교폭력을 소재로 인기몰이 중인 드라마 <더 글로리>의 대사와 함께 만평이 실렸습니다.

벌써 며칠째 대학가에는 학교폭력 논란이 식지 않고 있습니다.

<한채희 기자> "서울대에는 일주일 넘게,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습니다."

익명 커뮤니티에는 학교폭력 피해자의 고백이 이어졌고, 가해자를 향한 강한 비판도 잇따랐습니다.

<김재무/서울대학교 2학년> "아무래도 사안이 크고 상당히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돼서 학생들끼리도 개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얘기한 거 같습니다."

폭력보다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정 변호사는 아들이 강제전학 처분을 받게 되자 법정대리인을 자처했고, 사법연수원 동기를 소송대리인으로 세워 전관급 변호인단을 꾸렸습니다.

<김예린/경인교육대학교 2학년> "변호사라는 기득권층이 본인들의 권력을 사용해서 2차 가해를 할 수 있는 불공정한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에…"

<하소진/서울대학교 4학년> "돈도 많고 권력이 있는 사회 계층이 괴롭힘을 저지르고 부당한 일을 저질렀을 때…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회의 구멍이 이번에 드러난 거라고."

1년간의 '끝장 소송' 끝에 결국 피해자는 학업을 포기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까지 이르렀지만, 정 군은 서울대에 입학했습니다.

수능 성적만으로 합격이 좌우되는 정시 전형을 이용했는데, 학생들은 기회가 균등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주세현/서울대학교 2학년> "학교폭력을 하고도 정시로 대학에 가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을 할 수 있어서 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제도의 맹점도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는 학교폭력으로 망가진 피해자의 통쾌한 복수극을 담고 있지만, 현실에선 피해자의 고통이 지속되고 있는 겁니다.

<설동훈/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아이의 문제보다는 아버지의 문제가 더 심각한 거죠, 사실은."

피해자의 인생을 뒤흔든 하나의 학교폭력 사건은 결국 한국 사회의 공정성 논란으로 이어졌고, 사회적 공분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한채희입니다.

[이광빈 기자]

학교폭력은 드라마나 웹툰으로도 많이 다뤄지면서 사회적으로 더 심각성이 공유되고 있는데요.

통쾌한 복수나 해피엔딩은 드라마 속의 이야기이지, 현실에선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코로나 방역 종료 이후 대면수업이 재개되면서 학교폭력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최덕재 기자입니다.

[현실엔 '복수극·성장물' 없었다…증가세 우려도 / 최덕재 기자]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는 학폭은 드라마와 웹툰 소재로 널리 활용됩니다.

'더 글로리' 처럼 학폭 피해자의 통쾌한 복수극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거의 전 연령대가 즐겨보는 웹툰 최상위권에는 학폭을 이겨내는 성장물이 다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폭의 현실은 상상 속 작품보다 훨씬 잔혹합니다.

지난달 제주도에서는 8개 학교 소속 중·고교생 12명이 여중생을 집단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아파트 주차장과 공원 등으로 끌고 다니며 30분 넘게 폭행한 장면이 CCTV에 고스란히 찍혀 논란이 됐습니다.

<이재민 소장/만화연구소> "작가님들이 취재 단계에서 되게 힘들어들 하세요. 현실의 문제가 생각했던 이야기보다 더 심각한 경우들이 많아서…작가님의 작품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라고 말씀해 주시는 독자분들도 계시고."

<최덕재 기자> 물리적 폭력에 그치지 않고 사이버·언어 폭력으로 번지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더 교묘하고 집요해지고 있습니다.

같은 학급 친구들로 추정되는 불특정 다수가 피해 여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성적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글을 반복적으로 올리는 경우도 있고,

피해 학생의 집으로 배달을 대량으로 시킨 뒤 착불로 계산하게 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중고거래 장터에서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에게 자신의 물건을 원래 적정 가격보다 더 비싼 값에 사도록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경우들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최선희 본부장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 "학교폭력 피해 받았을 때 얼마나 고통스럽냐, 이렇게 물어보는데 '고통스러웠다', '자살·자해 충동을 일으켰다'라고 하고 있거든요. 남아있는 가족의 고통은 굉장히 심각하죠. 평생이라는 기간이 소요되는 것이고."

연 평균 6천건 정도 학폭 상담이 들어오지만, 전국에 피해학생 전담 지원센터는 3곳에 불과한 상황.

지원은 부족한데, 학폭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학기 전국 초·중·고교에서 발생한 학폭 심의건수는 9,790여 건이었습니다.

2학기를 포함하면 2만 건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심의 건수는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실시된 2020년에 8,300여 건으로 줄었다가 2021년부터 다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학창시절 뿐 아니라 평생에 걸쳐, 피해자와 가족 모두에게 상처를 남기는 학폭. 전문가들은 개인의 나약함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나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합니다.

연합뉴스TV 최덕재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해외에서는 학교 폭력에 대해 어떻게 처벌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은 주별로 정책이 다른데요. 미시간주에서는 사망사건 가해자의 경우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1만 달러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위스콘신주에서는 2016년 학교 폭력을 주도한 학생의 부모에게도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이 마련됐습니다. 먼저 가해 학생 부모에게 학교 폭력을 하지 않도록 올바르게 교육하라는 경고가 내려집니다. 그런데도 90일 이내에 다시 가해가 이뤄지면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습니다.

캘리포니아주의 샌라몬밸리 학군에서는 사이버 폭력이 이뤄질 경우 학교 행정처가 경찰에 신고하고 마땅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미성년자 형사처벌 제한 연령이 16세인데, 학교폭력 피해자가 살해당하는 등 심각한 사건이 잇따르자, 고의적인 중대 범죄에 한해 14세에서 16세도 형사처벌을 하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

호주에서는 학교 폭력을 행사한 이력이 있으면 취업에도 불리할 수 있습니다. 취업시 고용주에게 '고등학교 행동 성격 평가 테스트'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학교 폭력 가해 이력이 있다면 결격 사유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죠.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2월 학교 폭력을 범죄 행위로 간주하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가해 학생이 3년 징역 또는 벌금 4만5천유로에 처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인데요. 피해 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면 징역이 최대 10년, 벌금이 15만 유로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14세 소녀가 한살 많은 학생들에게 폭력에 시달리다가 살인까지 당하자, 프랑스 사회가 공분해 강력한 처벌법을 도입한 것입니다.

학교 폭력에 대한 시민들의 공분이 어느 때보다 커지자 교육부는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나 학폭 피해자 지원단체는 처벌 강화가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신현정 기자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필요한 방안이 무엇인지 짚어봤습니다.

[학폭 대책 '엄벌' 강화…"피해자 보호 우선돼야" / 신현정 기자]

교육부는 이달 말까지 학교폭력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올해 새 학기부터는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가 강화됩니다.

교육부는 지난 1일부터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상 개정된 학교생활기록 관리 및 보존 규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으로 8호 전학조치를 받은 학생은 예외 없이 졸업 후 2년간 관련 기록이 학교생활기록부에 남게 됩니다.

7호 학급교체 처분을 받은 학생은 기존에는 졸업과 동시에 기록이 삭제됐지만 앞으로는 졸업 후 2년간 기록이 남게 됩니다.

하지만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은 8호 전학조치를 받고도 학교생활기록부에 관련 기록이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가해자의 반성 정도 등을 심의해 삭제를 가능하도록 한 예외조항을 이용한 겁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해학생 처벌이 미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신현정 기자> "국회에는 가해학생에게 내려진 조치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계류 중입니다. 지금 제가 들고 있는 이 법안들인데요. 퇴학 조치를 졸업 후 10년 동안 기재하자는 내용의 법안도 있습니다."

정 변호사 아들이 정시로 서울대에 입학한 사실도 공분을 샀는데, 교육부는 학교폭력 가해학생이 정시 모집에서 불이익을 받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효과도 있지만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관련 기록을 최장 10년간 보존하는 것에 대해 전국 11개 시·도교육청은 진로 설계와 사회 진출 방해로 인한 가해학생이 입게 되는 피해가 크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가해학생이 충분한 변화를 거쳤음에도 사회적 낙인을 찍을 우려가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피해자 지원단체는 학교폭력 이슈가 점화될 때마다 피해자 보호가 오히려 도외시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행정조치에 불복할 경우 지난한 법적 절차를 거쳐 오히려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겁니다.

<조정실/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장> "기록이 남게 되면 나중에 행정심판을 가든 오히려 증거자료가 될까봐 사과를 안 하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가장 필요한 건 피해 학생한테 진심어린 사과를 해서 아이 마음의 상처가 회복되도록 해줘야 되는 건데 요즘은 사과하지 않습니다."

여론에 쫓긴 주먹구구식 대책보다는 피해학생의 회복과 가해학생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이끌어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연합뉴스TV 신현정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학교 폭력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이버 폭력이 많이 증가했습니다.

학생들이 물리적인 폭행이나 제한적 공간에서 일어나는 폭력만을 학교폭력으로 인지하고, 사이버 폭력에 대해선 무감각한 경우가 많다는데요. 정부 대책에서도 사이버 폭력에 대한 대책이 미진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옵니다. 그만큼, 학교폭력에 대해 대처해야 할 게 많고, 처벌도 강화될 수 있는 추세인데요.

사후적인 처벌도 중요하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학교 폭력을 어떻게 막아낼지가 더 우선시돼야 합니다. 피해자 지원 및 보호 방안 역시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핀란드의 경우 교육을 통한 예방에 중점을 두는데요. '왕따에 맞서는 학교'라는 의미의 '키바 코울루'라는 교육 프로젝트를 2009년부터 교육 현장에 도입했습니다. 학생들이 역할극을 통해 왕따 역할을 맡아 간접적으로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느끼도록 하고, 왕따 근절 방안에 대해 토론을 하도록 합니다. 컴퓨터 게임을 통해서도 학교 폭력 대처법을 쉽게 익히도록 합니다.

학교 폭력, 잠깐의 이슈로 시간이 지나 흐지부지되어서는 안됩니다. 국민이 공감할 확실한 대책이 필요할 때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전국에서 대면 개학식과 입학식이 열렸습니다.

아이들이 학교 폭력을 걱정하지 않고 즐겁게 교정에 들어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학교폭력 #아빠찬스 #학폭대응방안



PD 김선호

AD 김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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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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