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태산' 촉법소년 범죄…방지·교화 시스템은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10살에서 14살 미만 청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교도소 구금 같은 형사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촉법소년이라고 하죠. 대신 소년원 수용 등의 보호처분이 이뤄집니다.
그런데 촉법소년의 범죄가 계속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건수도 증가할 뿐만 아니라 강력 범죄까지 늘어납니다. 법을 악용해 처벌을 피하려는 사례는 우리에게 이제 너무 익숙해진 일이 됐습니다.
이 때문에 촉법소년 상한을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정책도 추진되며 갑론을박이 벌어졌는데요. 연령 조정 문제, 소년 재범 문제 등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이화영 기자가 소년 범죄 실태를 전해드립니다.
[촉법소년이라 괜찮아?…갈수록 대담해지는 청소년범죄 / 이화영 기자]
[기자]
<현장음>"XXXX, 이리 와 봐. XXXX 와 봐."
욕설을 내뱉더니 경찰관을 발로 차고 난동을 부립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영상 속 주인공은 13살 A군. A군은 지난달 충남 천안에서 택시를 타고선 택시비를 내지 않아 파출소에 잡혀왔습니다. 파출소에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지만 만 14살 미만 촉법소년이라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만 받았습니다.
보호처분이란 징역 같은 처벌이 아닌 보호자 감호 위탁, 수강 명령, 사회봉사명령, 소년원 송치 등을 말합니다. 이 사건은 현행 촉법소년 제도의 타당성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는데 실제 각종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인천 미추홀구에선 10대 일당이 40대 남성을 집단 폭행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남성을 한구석에 몰아넣고 둔기로 때리는가 하면 뛰어 내려와 발차기도 합니다. 이들 일당 5명 중엔 12살 초등학생 등 촉법소년 3명이 포함됐습니다.
지난해 12월 초엔 광주에서 역시 초등학생이 포함된 10대 일당이 금은방을 털어 경찰에 붙잡히는 일도 있었습니다. 귀금속을 훔친 12살 B군은 촉법소년에 해당돼 가정법원으로 넘겨졌습니다.
이처럼 촉법소년이 가담한 강력범죄는 계속되는 상황.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촉법소년 사건은 1만6천건을 넘겼습니다. 5년 전보다 86%나 늘었습니다."
잇따르는 사건을 보는 시민들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최권식 / 서울 강동구> "촉법소년 자체가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하면 지금 그 보호하는 취지를 넘어서는 행동들을 하고 있거든요. 거기에 따른 경각심을 줄 수 있는 법이 좀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나리·안은주·김경민 / 경기 안양시> "저학년 친구들도 자기가 촉법소년에 해당되는지를 알고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어서 범죄의 심각성을 좀 더 깨닫게 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문가는 촉법소년 사건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처벌 기준을 다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이웅혁 /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소년법의 취지는 그대로 존중하되 나이만 어렸을 뿐이지 실제 범죄에 대한 지능 자체는 성인 못지않은 이러한 소년들에 대해서는 엄중한 법의 잣대가 필요하지 않나 보입니다."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소년들의 범죄 행위를 두고만 봐선 안 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이화영입니다.
[이광빈 기자]
세계 각국의 형사처벌 가능 연령은 최저 7살부터 18살까지 다양합니다.
서로 다른 사회문화적 배경과 법률, 교육 체계가 반영됐을 겁니다. 형사처벌이 가능한 소년범의 연령을 낮춘 사례들을 보면 극단적인 사건이 계기가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미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해외선 극단사건 계기로 처벌 강화…"목적은 재사회화" / 한미희 기자]
[기자]
최근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는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으로 학생 8명과 경비원 1명이 숨지는 참극이 벌어졌습니다.
이 학교에 다니던 13살 소년이 한 달 전부터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벌인 일이어서 충격은 컸습니다.
9명이 숨지고 부상자 중 2명이 중태에 빠졌지만, 형사 책임 연령인 14살이 되지 않은 소년은 현재 정신치료시설에 수감돼 있습니다.
사건이 벌어진 이튿날 세르비아 법무부는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형사처벌할 수 있는 소년의 연령 상한을 기존 14세에서 12세로 낮추기 위한 형법 개정을 검토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중국은 2020년, 고의 살인이나 고의 상해 등 일부 범죄에 한해 형사처벌 연령을 14세에서 12세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13살 소년이 이웃에 사는 10살 소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기폭제가 됐습니다.
"과잉 보호로 미성년 살인자들이 법의 제재를 피해간다"며 형사책임 연령을 낮추자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법률 전문가들은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형사 책임 연령을 낮추면 미성년 범죄자의 정상적 사회화 과정이 중단돼 재범률이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형법과 연계된 미성년자 범죄 관리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일본 역시 1997년 당시 14살 소년이 잔혹한 연쇄 살인을 저지른 이후, 처벌 대상 연령을 낮추고 징역형 상한을 올리는 등 소년 범죄 처벌을 강화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엄벌 정책이 범죄율이 줄어드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미성년자 범죄가 심각한 미국의 경우 50개 주 가운데 약 절반 정도의 주가 형사 책임 연령을 규정하고 있는데 10세가 가장 많고, 7세로 규정한 곳도 있을 만큼 대체로 낮은 편입니다.
이 중 매사추세츠는 2019년에 7세에서 12세로, 노스캐롤라이나는 2021년에 6세에서 8세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미성년자를 강력 처벌하는 것은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재범이 증가하는 역효과가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겁니다.
반대로 소년범의 교육에 초점을 맞춘 구금 대체 프로그램(CEP)에 참가한 이들의 재범률은 평균 15%로, 미국 전체 소년범 재범률(47%)보다 크게 낮았고,
1인당 소요되는 교육 비용도 수감 비용의 절반에 불과했습니다.
형법은 일반적인 사회 현상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인데, 일부 극단적인 개별 사건으로 법을 개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또한 청소년에 대한 제재는 처벌이 아닌 재사회화에 그 이유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연합뉴스 한미희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소년 범죄, 법원행정처 통계에 따르면 존속상해 및 존속폭행 혐의로 법원에 접수된 촉법소년 사건은 2012년 2건에서 작년에는 96건으로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최근에는 촉법소년의 마약 사건 연루 건수 증가도 눈에 띕니다. 촉법소년의 기준 나이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인데요.
그러면서도 왜 소년 범죄가 증가하는지 살펴보고 근본적인 원인부터 고쳐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결국 촉법소년 나이 조정이 소년 재범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힘을 얻는데요.
지난해 해외에서도 인기를 끈 한국 드라마 '소년심판'. 배우 김혜수가 역할을 맡아 화제를 모은 캐릭터, 심은석 판사의 소년범 판결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입니다.
심은석 등 판사들이 드라마에서 한 말을 중심으로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보겠습니다.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은 법을 엄격히 적용해야 소년범죄가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 촉법소년 범죄는 계속 늘어났습니다.
2021년 촉법소년 범죄 접수 건수는 1만2천502건에 달합니다. 2017년 7천897건과 비교해 확연히 늘어났습니다. 그 사이 청소년 인구가 계속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증가세는 더욱 심상치 않습니다.
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14세 이상 18세 이하 청소년 범죄는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2021년 청소년 범죄자 수가 6만4천152명으로, 2017년 7만2337명과 비교해 8천명 정도나 줄었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크는 게 아닙니다. 가정과 학교, 사회의 영향을 받으며 자랍니다.
범죄를 선택한 소년의 잘못은 온전히 소년에게만 있을까요. 아니면 아이들이 비뚤어지도록 내모는 환경 역시 탓해야 하는 걸까요.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우리 사회가 보호하고 있는지, 다양한 이유로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건강하지 못한 아이들을 어른들이 잘 보살피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소년범의 상당수가 교화하지 못하고 다시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높은지를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성인들도 교도소에 다녀온 뒤 교화되지 않고 다시 범죄의 길로 빠지기도 합니다. 출소자 4명 중 1명 정도는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가 붙잡혀 교도소에 들어가는 추세입니다. 청소년들이 소년교도소에서 교화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가인권위원회는 소년사건 재범률의 증가를 심각하게 평가하면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 "교정·교화시설 확충과 보호관찰관 인원 확대 추진 등이 보다 근본적 해법"이라고 반대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촉법소년 기준 연령 문제도 사회적으로 필요한 논의이지만, 우선 소년들이 교화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놓고 있는지 자문해보고 시급하게 문제점을 시정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촉법소년의 기준 나이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결국 법이 개정돼야 합니다. 그럼 입법부 상황은 어떨까요? 현재 국회에는 정부가 제출한 소년법 개정안부터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까지, 비슷한 법안들이 줄줄이 쌓여 있습니다. 어떤 내용일지, 또 이에 대한 우려와 반대 여론은 어떤지 장효인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핵심은 '법 개정'…어른들의 고민과 숙제는 / 장효인 기자]
<한동훈 / 법무부 장관(지난해 10월)>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3세로 70년 만에 한 살 낮추겠습니다. 최근 촉법소년의 범죄가 증가하고 있고 범행 수법이 흉포화되고 있는 것이 통계적으로…"
지난해 12월, 정부는 촉법소년의 기준 나이를 중학교 1학년으로 낮추는 소년법·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재범 방지와 교화를 위해, 구치소 내 성인범과 소년범을 분리하고 보호관찰 전담인력을 늘리는 내용 등도 포함됐습니다.
비슷한 의원 법안들도 줄지어 발의된 상태입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촉법소년 연령을 13세나 12세로 낮추는 내용의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하지만 법 개정의 첫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됩니다.
연령 하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개별 의원들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당장 시급히 처리해야 할 안건들에 밀리다 보니 좀처럼 논의에 속도가 붙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 기관들의 '신중론'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법사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사물 변별 능력이나 행동 통제 능력을 명백히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13세 소년으로 하여금 형사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보고서를 내고 "촉법소년에 의한 강력범죄 건수는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고 있다"며 특히 2020년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이 어떤 변수로 작용했는지에 대한 연구도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기준 연령을 낮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처벌 강화와 관리·교육에 이르는 일련의 정책이 탄탄하게 뒷받침될 때 소년 범죄율을 낮출 수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승재현 /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맞춤식 교육으로 학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가정이 없으면 대안 가정을 만들어주고, 충동조절 장애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심리적 지원을 해주고…모든 정책이 가장 완벽하고 촘촘하게 만들어져야…"
"촉법소년 연령 하향의 필요성과 실효성을 두고 각계각층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21대 국회가 긴 논의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연합뉴스TV 장효인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범죄 나이는 어려지는데 범죄 강도는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촉법소년 관련 법이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인권을 우선시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주장하는 논거가 되기도 하는데요.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낮추는 것만이 해법일까요? 아니면 소년범의 교화를 위해 교육적 기능 등 사회적 역할을 강화해 기회를 주는 것이 해법일까요? 앞서 리포트에서 보셨듯이 미국에서는 소년 범죄에 대해 처벌 대상 연령을 낮추고 처벌했다가 재범률이 높아졌습니다. 전과자라는 사회적 낙인이 소년범의 재범률을 높였다는 분석인데요. 촉법소년 연령 문제를 떠나 우리 사회가 죗값을 치르고 돌아온 소년들을 품을 역량을 갖췄는지, 그들이 사회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어떻게 품어야 할지도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범죄자로 태어나지 않습니다. 환경이나 외부적 요인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사회가 범죄를 막을 수 있는 환경, 교화 프로그램으로 재범을 막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정서적 신체적으로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더욱 관심을 올바르게 쏟아야겠죠.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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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김선호
AD 허지수
송고 이광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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