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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풍향계] '강행처리 vs 거부권' 치킨 게임…요원한 협치의 길

Y-Story명품리포트 맥

[여의도풍향계] '강행처리 vs 거부권' 치킨 게임…요원한 협치의 길

2023-05-22 09:37:11


[여의도풍향계] '강행처리 vs 거부권' 치킨 게임…요원한 협치의 길

[앵커]

집권 첫 해를 막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한 두 번째 재의 요구권, 즉 거부권 행사가 이뤄졌습니다.

야당 주도로 통과된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로 돌아간 건데요.

쟁점 법안은 산적한 가운데, 협치가 실종된 여의도에서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지숙 기자가 '여의도 풍향계'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최근 국회에는 새로운 현상이 하나 생겼습니다.

'강행 처리'와 '거부권 건의', 그리고 '재투표'의 반복입니다.

밀어붙이고 돌려보내고, 불필요한 소모전에 힘을 쏟는 사이, 정작 타협점을 찾기 위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데요.

그럴싸한 명분 너머로, 여의도 안팎의 갈등만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던 간호법 제정안은 다시 국회로 돌아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두 번째 재의요구권 행사 결과입니다.

<조규홍 / 보건복지부 장관> "국무회의에서 지난 5월 4일 정부로 이송된 간호법안에 대해 헌법 제53조 제2항에 의거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간호법 제정안은 의료법에서 간호사 관련 내용을 분리해 업무 범위를 규정하고, 근로환경과 처우를 개선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간호사의 활동 범위를 '지역 사회'로 확장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둘로 나뉜 보건의료계는 각각 단식 농성과 휴업 등 단체 행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간호사 처우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각론에 이견을 빚어온 여야는 접점 모색 실패 끝에 강대강 대치를 되풀이했습니다.

<박광온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간호법 국회 재투표에 나서겠습니다. 국민 건강권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민주적 절차대로 국회법에 따라서 추진하겠습니다."

<윤재옥 / 국민의힘 원내대표> "간호법 재의 요구한 것을 민주당이 표결에 부친다면 당론으로 부결시키기로 채택했고요, 공정채용법도 당론 채택을 했습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로 돌아오면 본회의 통과를 위한 요건도 처음보다 까다로워집니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요, 결국 의석 분포상 국민의힘이 반대하면 본회의 재투표에서 부결이 확정됩니다.

앞서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매입 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역시, 같은 수순을 밟았습니다.

여권이 의무매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협상이 불발되자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지난 3월 본회의 강행 처리에 나섰고,

<김미애 /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위헌적 법안을 숫자의 힘만 내세워 관철하는 것은 의회 독재 폭거입니다. 반시장적, 사회주의적 포퓰리즘 법안입니다."

지난달 4일, 윤석열 대통령의 첫 거부권 행사가 이뤄졌습니다.

<이수진 / 더불어민주당 의원> "쌀 생산량 조정 책임을 수행하지 않겠다는 농정 포기 선언입니다. 오직 민생을 정쟁화시켜 무능함을 가리기 위한 목적 밖에 없습니다."

양곡법은 이후 본회의 재투표에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되면서, 결국 폐기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애꿎은 농민들의 속만 태운 채, 쌀값 안정화를 위한 여야 협의도 흐지부지 원점으로 돌아간 겁니다.

국민의 어려움과는 괴리된 소득 없는 정쟁 속에, 국회에 대한 불신과 피로도는 높아지고 있습니다.

거부권 행사는 국회의 입법권 남용에 대비해 헌법 제53조에 부여된 견제 장치이지만, 반복될 경우 대통령 역시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역대 사례를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제헌헌법에 대통령 거부권이 명문화된 이후, 양곡관리법과 간호법까지 그동안 모두 68차례의 거부권이 행사됐습니다.

윤석열 정부 이전 66건 중 대다수인 45건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행사했습니다.

민주화 시기로 분류되는 1988년 이후로는 노태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각각 7건과 6건의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중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해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의 이른바 '택시법'이었습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부 시행령 등에 대한 국회 통제권 강화와 상시 청문회를 규정한 국회법 개정안 2건을 거부했습니다.

김영삼, 김대중, 문재인 전 대통령은 거부권을 쓰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선 이미 두 차례의 거부권이 행사됐지만, 노란봉투법이나 방송법 개정안 등 이후로도 뇌관이 여전합니다.

정치력의 부족과 수직적 당정 관계 등 협치를 위축시키는 다양한 요인이 거론되고 있지만, 앞에선 싸워도 카메라가 꺼지면 대화를 이어갔던 '소통'을 향한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

반복되는 거부권 행사는 사실상 국회의 기능이 마비됐음을 자인하는 대목이지만, 아직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인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를 뜻하는 '데모크라시'에서 '데모'(demo) 대신, 거부를 뜻하는 '비토'(veto)를 붙여 만든 '비토크라시'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상대 정파의 정책과 주장을 무조건 반대하는 '거부 민주주의'를 뜻하는데, 우리의 정치 현실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사라진 정치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음습한 '비토크라시'를 끊어내고 상생의 길로 돌아가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협상의 언어인 '대화'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js173@yna.co.kr)



#간호법 #거부권 #대통령 #국회



PD 김선호

AD 허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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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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