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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탐욕 탓인가'…먹거리 물가 고공행진 언제까지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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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탐욕 탓인가'…먹거리 물가 고공행진 언제까지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2023-06-26 21:56:07


'기업 탐욕 탓인가'…먹거리 물가 고공행진 언제까지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지난해 국제 밀 가격이 올랐다며 크게 상승한 라면 가격은 밀 가격 하락에도 내려갈 줄을 모릅니다. 이에 '라면플레이션' 논쟁까지 붙었는데요. 지난해 가팔랐던 소비자 물가 상승 곡선은 최근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느끼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먹거리 물가가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인데요. 기업의 탐욕도 물가 불안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먼저 먹는 데 돈 쓰기 두려운 지금의 상황, 나경렬 기자가 살펴보겠습니다.

['라면으로 때우자'도 옛말…뛴 가격에 서민들 한숨 / 나경렬 기자]

[기자]

끝없이 치솟는 물가.

주머니 사정 좋지 않은 대학생들은 먹는 데 쓰는 돈부터 줄이고 있습니다.

<정인호 / 서울 마포구> "밥을 먹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데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끼니를 거른 적도 많고 경제적 여유가 안 되니까 편의점에서…"

싸고 간편하게 한끼 해결할 수 있는 음식, 바로 이 라면입니다.

그런데 라면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라면으로 한끼 때우자'라는 말도 이젠 옛말이 됐습니다.

<김민정 / 경기도 군포시> "돈을 아낄 수 있는 것이 식비를 절약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아무래도 요즘 라면에 김밥만 사먹어도 만원 가까이 되는 시대다 보니까…"

라면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출고가를 평균 10% 안팎으로 올렸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라면 소비자물가지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3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올랐습니다.

장바구니에 라면 하나 넣는 느낌이 예전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들었다 놨다, 라면 하나 사기가 이렇게 부담됐던 때도 없었습니다.

<김영록 / 인천 동구> "좋아하는데 너무 비싸서 그렇다고 안 먹을 수도 없고…즐겁게 먹는 라면인데, 라면까지 덩달아 오르니까 너무 비싸서 망설여져요."

분식점을 하는 자영업자들도 부담이긴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전기요금, 조미료나 채소, 밀가루 같은 다른 재료비도 다 올랐는데, 여기다 라면값까지 인상되면서 고민이 깊어진 겁니다.

<최진현 / 분식집 사장> "500원 올라도 손님 뚝 떨어져요. 그런데 무려 천원을 안 올리면 저희가 운영이 안 되다 보니까. 기존에 왔던 손님이 없어졌어요."

먹거리값 고공행진은 비단 라면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최근 5년새 라면의 단짝 김밥의 서울지역 평균가격은 무려 46%나 뛰었고 칼국수와 김치찌개 역시 30%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미 만원 한 장으론 라면, 김밥, 칼국수 외에 먹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이 나오고 너무 뛴 밥값에 식당 대신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이른바 '편도족'이 늘고 있는 상황,

먹거리값의 끝없는 상승에 서민들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나경렬입니다.

[이광빈 기자]

원자재 가격이 떨어졌는데도 최종 상품 가격은 그대로인 현상.

비단 라면만의 문제는 아닌데요. 기업의 탐욕이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그리드플레이션', 김주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업 탐욕이 고물가 원인?…그리드플레이션 논란 / 김주영 기자]

[기자]

지난해 원자재 가격 폭등에 원달러 환율까지 뛰자 라면업체들은 원가 압박을 견디기 어렵다며 줄줄이 라면값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올해 1분기, 라면업체들은 실적 잔치를 벌였습니다. 특히 농심의 경우 영업이익이 85.8%나 뛰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원자재값 상황이 좀 달라졌습니다.

가격이 가장 크게 올랐던 지난해 5월에 비하면 같은 달인 지난 5월 국제 밀 가격은 45.6%로 절반 가까이 내렸습니다.

면을 튀기는 기름을 만드는 데 필요한 대두와 옥수수 가격도 일제히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서민 대표식품이자 국민식품인 라면 가격은 그대로인 상황.

원재료값이 오를 때는 제품 가격을 앞다퉈 올리지만 하락할 때는 내리지 않은 채 이익 증가를 누리는 것을 두고, 국내는 물론, 각국에서 기업의 탐욕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그리드 플레이션'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결국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는 한 방송에 출연해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언급하며 "정부가 가격을 통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기업들이 밀 가격이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인하를 권고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라면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빵,과자 등 다른 가공식품은 물론, 최근엔 시멘트 가격 인상을 둘러싼 시멘트 회사와 레미콘 회사간 분쟁으로까지 번졌습니다.

문제는 원가 압박과 이로 인한 가격 인상은 있을 수 있는데, 인상이 진짜 불가피한지, 인상폭이 적절한지, 소비자들은 알 길이 없다는 겁니다.

<이은희 /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몇 개의 기업이 자기네들이 가격 경쟁을 안하고 서로 짜지는 않았지만 담합한 듯이 올리게 되면 소비자는 그게(가격 인상이) 적정한지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기업들은 원가 부담이 여전한데 가격을 내리기 쉽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라면업계 관계자> "원부자재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인건비도 있고 그런 판관비들이 올랐기 때문에 원가 자체가 오른 거잖아요. 마치 밀 가격(하락)만 두고 (원가 하락으로 직결된다고) 비춰질까봐 좀 걱정스럽긴 하네요."

또 국제 밀 가격이 국내 밀가루 가격에 반영되려면 6~9개월은 걸린다고도 말합니다.

"올해 들어 라면업계는 배당을 크게 늘렸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주주환원을 명분으로 경영승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연합뉴스TV 김주영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에만 해도 전년 동기대비 6.3%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올해 들어 지난 5월에는 3.3%로 떨어졌고 6∼7월에는 2%대까지 내려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그런데 체감하는 물가는 다르게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을 겁니다. 먹거리와 의류 물가 상승률이 다른 부분보다 더 높기 때문입니다.

의류와 신발의 경우는 상승폭이 둔화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 의류와 신발 물가는 3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습니다. 이렇게 물가가 오르게 되면 어떤 세대, 어떤 경제 계층이 더 힘들어질까요.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에 따른 부담은 청년층보다 고령층이 더 컸습니다.

계층적으로는 중산층의 부담이 가장 컸습니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지출 구조를 볼 때, 식료품과 음료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가 지난해에만 5.9%나 올랐습니다. 당연히 고령층 가구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고물가 시대에 더 힘들어지게 된 셈이죠.

물가 상승에 따른 소득 수준별 영향을 살펴보겠는데요. 소득 중위 60%의 연간 물가 상승률이 5.2%로 나타났습니다. 소득 하위 20%의 물가상승률 5.1%, 소득 상위 20%는 5.0%로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중산층, 저소득층, 고소득층 순으로 물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컸다는 애깁니다.

중반기에 물가가 안정세라는 전망도 있지만,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특히 8월부터는 우유 가격도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사육비 상승 등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데, 이미 우유 물가 부담은 상당한 편입니다. 지난 5월 우유 물가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9.1%나 상승했습니다. 가뜩이나 분유값에 부담을 느끼던 영유아 가정에선 한숨이 더 깊어질 수 있을 텐데요.

국제적으로 설탕 원료인 원당 가격 상승세로 설탕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고 합니다. 설탕을 주 재료로 하는 제과, 빙과, 음료의 추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 나오는데, 정부 대책이 주목됩니다.  

'그리드플레이션'은 미국과 유럽에서 먼저 나온 이야기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한 고유가로 석유기업들이 올린 천문학적 이익에 유럽연합은 횡재세 부과에 합의했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기름값을 낮추지 않으면 이를 도입하겠다고 압박했죠. 올해는 식품 등 소비재 가격 인상이 잇따르자 논쟁이 재연됐습니다.

한미희 기자입니다.

["원자재가는 핑계"…선진국서도 그리드플레이션 거센 비판 / 한미희 기자]

[기자]

미국 유명 패션 브랜드 랄프로렌은 올해 1분기 주당 0.9달러의 순익을 기록했습니다.

시장 예상치 0.6달러를 웃돌며 주가도 5% 넘게 올랐는데, 앞서 옷값을 평균 12% 인상한 결과였습니다.

생활용품 기업 P&G도 1분기 제품 판매 가격을 평균 10% 올렸습니다.

값이 오르자 판매량은 지난해 1분기보다 3% 줄었지만 매출은 되레 4% 늘었고, 실적 전망도 상향 조정했습니다.

유럽에서는 빵과 우유, 계란, 감자 등 주요 식품 가격의 두 자릿수 인상이 저소득층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식품값이 46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영국에서는 경쟁 당국이 식료품 시장 감시를 강화했고, 프랑스는 정부 압박에 소매업체들이 마진을 줄이는 데 합의했습니다.   

<알렉상드르 봉파르 / 까르푸 CEO(지난 3월)> "가격 동결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은 개별 브랜드이기 때문에 각 브랜드의 실천이 중심이 될 것입니다."

수십 년 만에 닥친 최악의 고물가 원인으론 공급망 차질과 막대한 정부 지출, 임금 상승 등이 거론되지만, 비용 상승을 넘어선 기업들의 가격 인상이 큰 원인이란 비판적 지적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글로벌 투자전략 담당 앨버트 에드워즈는 선진국 기업들이 가격 인상과 새로운 차원의 이윤 확대를 위해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가 상승을 핑계로 삼았다고 꼬집었습니다.   

유럽중앙은행도 기업 이익이 임금 인상만큼이나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고, 독일 자산운용사 알리안츠도 유럽의 식품 물가 상승 중 10∼20%는 기업들의 부당 이득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논쟁은 정치권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미국 정치권의 진보진영 대표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아마존의 기록적 수익을 언급하며 "기업의 탐욕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영국 의회 의원들은 식품 공급망의 공정성 조사에 착수했고, 제3당인 자유민주당은 슈퍼마켓의 이윤을 조사하라고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물론, 기업 가격 인상의 긍정적 효과를 평가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을 통해 확인된 그리드 플레이션을 인정하면서도 경기 침체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연합뉴스 한미희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 예전부터 직장인들이 농담처럼 자주 하는 말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말이 농담이 아닌 진담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이상기후 등으로 대부분의 품목에서 물가가 줄줄이 올랐고, 계속되는 금리 인상으로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도 더욱 커졌습니다. 또한 서민들의 소울 푸드인 '라면' 가격 마저 급상승하면서 서민들의 지갑이 점점 더 얇아지고 있습니다. 평소 저렴하게 즐겨먹던 라면까지 부담스러워지니 한숨만 늘어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우리 먹거리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다보니, 외국인 관광객들도 부담스러워 한답니다. 엔데믹 시대 이후 명동거리 등에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활기를 찾고 있지만, 한국의 음식 물가가 너무 올랐다는 볼멘 소리도 커졌다고 합니다. 국내 숙박과 음식 물가 상승은 내국인의 해외 여행도 떠밀고 있습니다.

더구나 최근엔 역대급 엔화 가치 하락 현상으로 일본 여행 수요가 증가하는 모습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여행수지 적자는 갈수록 커져만 갑니다. 불안한 물가. 우리 주름살은 어디까지 깊어질까요.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리드플레이션 #물가상승 #기업탐욕

PD 김선호

AD 허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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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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