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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간 '교권 추락' 기사만 산더미…그동안 무엇을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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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간 '교권 추락' 기사만 산더미…그동안 무엇을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2023-08-08 15:41:46


10여년 간 '교권 추락' 기사만 산더미…그동안 무엇을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1970∼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친구'의 한 장면입니다. 많이 회자되어온 장면인데요. 영화 속 가상의 현실이지만 '그땐 그랬지'라고 하는 분들이 꽤 있으실 텐데요.

1990년대 중반, 한동안 신문 1면을 장식하며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상문고 사태' 관련 장면입니다. 비리 사학 재단이 주도한 성적 조작, 불법 찬조금 유용 등의 비리가 자행됐는데요. 방금 전에 보신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교내 폭력도 만연했습니다. 1990년대에도 현실이 이랬는데요.

1995년 '5·31 교육개혁'으로 수요자 중심 교육 서비스가 중시되기 시작했고, 2010년도 부터 학생인권조례가 속속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과거 교권의 폐해에 대한 기억 때문일까요. 교사의 책임과 의무가 늘어난 반면, 교권 침해를 막기위한 실효적인 규정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왔습니다.

잠깐 화면을 보시겠습니다. 교권 침해 문제는 10여년 전에도 이미 많이 제기돼왔습니다.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각 시도교육청과 정치권에선 교권 침해를 막기 위한 여러 대책이 제시돼 왔지만,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공염불'이 돼 왔습니다.

그동안 대체 뭘 한 걸까요. '교권과 학생인권이 함께 높여가야 하는 동반적 가치'라는 말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왔지만, 이를 위한 '일'은 제대로 해온 걸까요?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사건으로, 다시 교권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는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들을 보호하고 교사의 정당한 학생 생활지도권이 보장받을 수 있는 방안, 그리고 해외에선 어떻게 교권과 학생인권이 조화를 이루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악성 민원으로부터의 보호 방안은 어떻게 마련되고 있는지, 신선재 기자입니다.

['악성민원'에 무너지는 교권…보호막 마련 어떻게 / 신선재 기자]

[기자]

교권침해 사례를 제보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쏟아지는 각종 사연들.

설문에 따르면 거의 모든 초등교사가 교권침해를 당한 적이 있고, 절반은 학부모 악성 민원이 이유였습니다.

이런 현실을 말해주듯 최근 6년간 극단 선택을 한 교사는 100명, 절반 이상은 초등교사입니다.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숨진 뒤 정부는 교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강구에 나섰습니다.

교육활동 침해에 관한 고시에 학부모 악성민원을 추가하는 방안이 대표적입니다.

시간과 장소, 수단을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악성 민원.

<김희성 / 서울교사노조 부대변인> "밤늦게나 새벽에 연락하시는 사례들은 사실 약간 흔한 사례고요…선생님이 운전하시는 차나 이런 것에서 번호를 확인해서…"

정부는 학부모와 교사의 연락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방침인데, 서울시는 이를 위해 사전에 예약하고 교사를 찾아가도록 하는 '면담 예약제'를 도입합니다.

민원 대부분 교사 혼자 감당해 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민원 담당자를 따로 두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감정 노동' 스트레스도 줄인다는 취지입니다.

<김희성 / 서울교사노조 부대변인> "뭔가 상담이 필요한 것처럼 전화를 하신 다음에는 본인 가정사라든가 본인이 속상한 다른 일들을…"

되려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등 부당하게 법적분쟁에 휘말리는 일이 많아지면서 관련 지원책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희연 / 서울시 교육감> "교육활동 침해를 당한 교원이 법적 대응을 할 때 필요한 소송비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아서 교육활동보호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에서는 교육감이나 학교장이 악성 민원을 한 학부모를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기존 고발 대상인 폭행과 협박 외에도 공무집행방해와 무고, 공격적인 SNS 게시물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교육현장의 현실을 외면해온 정책은 한 사람이 또 유명을 달리하고, 사회적 주목을 받은 뒤에야 조금씩 개선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철기 / 서울교대 교수> "학교 현장하고 연결되어서 실제로 어디에 어떻게 필요한지 교육청하고 같이 이야기하면서…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도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 같아요."

각종 교권 보호책은 나왔지만, 재정 문제와 관계기관 사이의 협조, 사회적 인식변화 등 넘어야 할 산은 많습니다.

연합뉴스TV 신선재입니다.

[이광빈 기자]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교사가 학생 생활지도를 위해 정당한 권리를 갖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을 두고는 교육계와 국회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신현정 기자입니다.

['정당한 지도' 위한 교권 세우기…방법론 놓고 각론 이견 / 신현정 기자]

[기자]

친구를 가위로 찌르려 하는 걸 제지하자 왜 자신만 제지하냐며 주먹질하는 학생부터,,,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학생 생활지도 과정에서 벌어지는 교권 침해 사례에 대해 교사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7학년도 116건이었던 교사 상해, 폭행 사건이 5년 뒤인 2021학년도에는 231건으로 두 배가량 늘었습니다.

이에 교육계와 국회에서는 학생에 대한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침해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활발히 논의 중입니다.

우선, 효과적인 학생 생활지도를 위해 중대한 교권 침해 행위를 학교생활기록부에 넣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대체로 이에 찬성하는 분위기입니다.

국민의힘과 정부도 최근 교권 회복을 위한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런 내용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는데 방점을 찍었습니다.

<조경태 / 국민의힘 의원> "학생이 학생을 때렸을 때는 학교 폭력이라고 하잖아요. 그건 학적부에 기록을 남기거든요. 그런데 학생이 선생님을 두들겨 패면 기록에 안 남기는 것은 모순이잖아요. 오히려 더 크게 벌을 줘야죠."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선 자칫 학생에게 낙인찍기가 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강득구 / 더불어민주당 의원> "교권 침해와 관련해서 생기부에 기재를 하는 순간, 학교와 그리고 학부모, 교사, 학생의 교육적 관계가 포기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가 사법화되는 것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있고요."

서울시교육청 등에서도 또 다른 법률 분쟁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교사들이 장기간 법적 대응에 휘말리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입니다.

가해 학생 측이 학생부 기록을 지우려 소송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피해 학생이 2차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됩니다.

당정은 논란이 된 학생인권조례도 개정하기로 했습니다.

정부여당 뿐만 아니라 각 시도교육청에서도 학생인권조례 개정 움직임을 보이는데, 교육감 성향에 따라 개정 범위를 놓고 인식에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권리와 책임의 균형을 맞춘다는 관점에서 '학생의 책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습니다.

반면, 경기도교육청에서는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육 활동을 존중해야 한다'는 문구를 추가해 책무를 강화활 뿐만 아니라, 상벌점제를 할 수 없도록 한 내용을 삭제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교육계와 여야는 고의나 중대 과실이 없는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간주하지 않도록 초·중등교육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모습입니다.

국회와 각 시도교육청 등에서 이번에는 교권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무리 할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연합뉴스TV 신현정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학생 인권과 교권이 조화롭게 모두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일까요. 해외로 눈을 돌려보겠습니다. 교권이 강한 나라, 그러면서도 학생 인권 보장도 인정받는 나라인 독일의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주요 교권 침해 유형 중 하나는 교사들이 학부모 등쌀에 휘둘리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인데요. 독일에서는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직접 악성 민원을 받을 통로 자체가 없습니다. 학부모가 학생과 관련해 학교에 연락을 취할 일이 있으면 '담당 오피스'로 해야 합니다. 결석과 지각, 조퇴 등을 담당하는 오피스 담당자가 있고, 학사 일정 등 행정적 사안을 맡는 통로도 따로 있습니다. 담임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을 일이 없는 셈이죠. 담임 교사 연락처 역시 학부모에게 공개되지 않습니다. 학부모들은 매학기 공식적으로 열리는 '교사-학부모 컨퍼런스'를 통해 학생에 대해 상담을 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상담 시간도 15분에서 20분 정도입니다.

학생들의 생활 지도에 있어서도 교사들의 교권은 확립돼 있습니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평가하는 권한을 절대적으로 갖는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독일 학교에선 필기 시험 점수와 같은 비중으로 발표 및 수업태도 점수가 반영됩니다. 수업 참여 태도가 나쁘면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것이죠. 특히 대입 입시로, 고등학교 마지막 2년간 평가가 이뤄지는 아비투어에는 교사의 '학생 평가권'이 반영됩니다. 공교육이 강할 수밖에 없는 교육 시스템이 자리잡혀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교권도 확립돼 있는 셈입니다. 대학 입시와 관련해 독일에선 사교육이 지집고 들어온 자리는 매우 좁습니다.

독일 학교 교사들은 문제 학생에 대한 징계 권한도 법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예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경우 학생이 교권을 침해할 경우 교사가 즉시 경고하고 수업에서 배제할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도 교권은 도전받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 독일 동부 브란덴부르크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 두 명이 학생들이 나치를 추앙하는 듯한 행동을 하는 것을 비판하는 공개서한을 썼다가 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표적으로 몰렸습니다. 독일에서 나치를 추종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데요. 독일 동부는 극우 성향 정당이 점점 더 기세를 올리고, 신나치주의자들이 점점 더 세를 넓혀가는 지역입니다.

두 교사가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학교장과 지역 교육 당국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자, 두 교사는 결국 전출 신청을 했습니다. 이 사건은 독일 사회에서 경종을 울리고 있는데요. 최근 독일 동부의 다른 학교에서도 비슷한 사건들이 잇따라 보고 되고 있습니다.

독일 외에도 서구권에선 학생의 문제 행동에 대한 대응은 엄격하고 단호한 편입니다. 물론 이들 나라 역시 교권이 위협받으며 흔들리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영미권 국가들은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한미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학생 문제 행동엔 '엄격'…서구서도 흔들리는 교권 / 한미희 기자]

[기자]

미국은 학생의 문제 행동에 대해 학교와 지역 사회 차원에서 단호한 대응을 해 왔습니다.

총기나 약물 등 미국 사회에 만연한 심각한 문제 행동은 물론이고, 동료 학생이나 교사에 대한 폭력도 엄격한 처벌을 받습니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수준의 문제 행동일지라도, 교육 활동에 지장을 끼칠 정도로 반복되는 경우엔 제재할 수 있습니다.

영국 잉글랜드는 학교의 관리·감독 책임을 강조하면서 학생에 대한 제재와 처벌 권한도 강화했습니다.  

특히 학생의 문제 행동을 교사의 업무 부담과 결부시키고, 학생이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는 학교의 규칙에 따라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대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교사들이 학생들로부터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당하며 교직 생활에 회의를 느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었습니다.

유례가 없었던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교실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과잉 행동을 하는 수준을 넘어, 교사를 폭행하는 사례도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미국 내 학교 2,000곳에서 폭행과 관련한 산재 보상 청구는 1천350건으로, 최근 5년 동안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가장 높은 빈도를 보인 것은 물론, 그 내용을 봐도 심각하고 복잡한 양상이라는 평가입니다.

특히 지난 1월 버지니아 주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은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교사의 휴대전화를 망가뜨려 하루 정학 처분을 받고 돌아온 6살짜리 1학년 남학생이 교사를 겨냥해 총을 쏜 겁니다.

너무 어린 학생 대신 어머니가 아동 방치 혐의로 기소됐고, 교육청은 모든 학교에 금속 탐지기를 설치하고 학생들이 투명한 가방을 들고 다니도록 했습니다.

피해 교사는 교육 당국을 상대로 4천만 달러, 약 52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가해 학생이 과거 유치원 교사의 목을 조르는 등 폭력을 행사한 경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교육 당국이 그런 경고를 제대로 듣지 않았다는 겁니다.

학생들이 교사를 폭행하는 일이 증가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정신 건강 문제를 그 이유로 꼽았습니다.

학생들의 정신 건강 위기를 고심하고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연합뉴스 한미희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인권이란 무조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권리가 아닙니다. 학생 인권은 학생이라는 신분 안에서 학교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책임감을 가지면서 자유와 권리를 누릴 권리입니다.

학생들이 권리를 누리고 책임을 이행할 수 있도록 정당하게 지도하는 게 올바른 교권입니다. 교권이 제역할을 하도록 보호받지 못하면 학생 인권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교육 문제, 정말 바람잘 날 없습니다. 크게 보면 교육 문제는 일자리, 임금, 부동산 문제와 모두 깊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눈 앞에 있는 문제점을 실효적으로 대응해나가면서 사회 구조적으로 교육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교권침해 #학생인권 #학부모악성민원



PD 김선호

AD 허지수 이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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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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