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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무량판에 죄를 물으랴'…시공·감리한 '사람'에게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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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무량판에 죄를 물으랴'…시공·감리한 '사람'에게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2023-08-14 09:31:57


'어찌 무량판에 죄를 물으랴'…시공·감리한 '사람'에게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요즘 보통 시민들은 생소했던 단어 '무량판'이 연일 귓가에 울리고 있습니다. 이번 LH '철근 누락' 사태의 당사자인 아파트들이 주로 무량판 공법으로 지어진 탓인데요.

그런데 무량판 구조는 죄가 없습니다. 제대로 시공과 감리를 안 한 게 죄일 텐데요.

먹고살기 바쁜 서민들이 무량판이라는 구조에까지 귀를 기울여야 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불안해하는 시민들의 목소리, 그리고 부실공사의 원인과 대책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안채린 기자입니다.

[우리 집도 무너질까…부실 공포에 마음 졸이는 시민들 / 안채린 기자]

[기자]

지난 4월 LH가 발주한 인천 검단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지하주차장이 폭삭 내려 앉았습니다.

별도의 보가 없이 기둥으로만 천정을 지탱하는 이른바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주차장에 철근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게 원인이었습니다.

충격파는 여전합니다.

지난달 31일 국토교통부는 LH 발주 아파트 중 이렇게 철근이 덜 들어간 15개 단지와 시공사 명단을 공개하고 보강 조치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명단에 오른 단지 입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아파트 입주민> "다른 데도 무너졌다는 소리도 들리고 해서 혹시 우리 아파트도 그러지 않을까…"

<아파트 입주민> "무엇보다도 안전성이 우선이니까 지금 어쨌든 제대로 된 상태가 아니라는 거잖아요. 거기에 대한 보완이 먼저…"

정부는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 지난 3일 LH 발주 아파트 외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아파트 293개 단지를 전수조사하겠다는 추가 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걱정은 커지는 분위깁니다.

일부 민간 아파트는 주차장뿐 아니라 주거동에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민간아파트 특성상 조사를 하더라도 집값에 민감한 주민들의 입장을 고려하면 해당 단지나 진단 결과를 낱낱히 밝히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진 민간 아파트 입주민들은 걱정이 앞섭니다.

<입주민 가족> "손자가 여기 있다 보니까 아이 케어해주러 자주 오는 편이거든요. 요즘 매스컴 보면 국가에서 신뢰할 수 있는 그런 아파트도 문제가 참 많은데, 과연 살고 있는 이 곳이 안전한가 하는 생각은 들죠.

상황이 이렇자 무량판 구조만이 아니라 발생하는 각종 하자를 통해 아파트들의 총체적인 부실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안형준 / 전 건국대학교 건축대학 학장> "설계자 그 다음 발주처, 종합건설회사, 감리자 이 모두가 문제가 있을 때 이런 붕괴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 거든요."

실제 발생하는 하자는 비만 오면 발생하는 침수나 배관 문제, 벽면 균열, 과도한 결로 등 가지각색입니다.

확산되는 불안감과 불신은 문제가 된 아파트 입주민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홍금자 / 경기도 남양주시> "(집을 구할 때) 차라리 옛날 거를(집을) 보러 다닐 거 같아요. 지금 짓는 것은 부실공사가 너무 많아서 불안하고…"

<박용미 / 경기도 남양주시> "다른 아파트도 그렇고(부실하고) 민간도 그렇고 공공도 그렇다고 하는데 내가 사는 곳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으니까요."

끊어지지 않는 부실의 고리 속에 시행,시공사 등 건설업계는 돈을 챙기고 정작 걱정과 위험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됐습니다.

연합뉴스TV 안채린입니다.

[이광빈 기자]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로 '무량판 구조' 공포증이 퍼지고 있는데,

문제는 구조가 아니라 사람이란 게 중론입니다. 21세기가 맞는지 의심스러운 후진적 건설 관행과 함께 LH '전관 카르텔'이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조성흠 기자입니다.

[총체적 부실 방조하는 건설현장…'엘피아'도 한몫 / 조성흠 기자]

[기자]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를 시작으로

15곳의 LH 아파트 주차장 기둥 부위에 철근이 대거 빠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량판 구조 공포증'이 퍼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수평기둥인 보 없이 수직기둥만으로 슬래브를 받치는 구조가 무량판 구조입니다. 이 구조는 정교한 작업이 필수적인데, 후진적인 건설작업 환경이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원인은 무엇일까.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노동자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노동자들은 비용 절감에만 집착하는 건설업계의 비현실적 공사 기간을 문제로 꼽았습니다.

<김진권 / 30년차 건설현장 노동자> "시공을 갖다가 정확하게 했다, 개수를 갖다가 정확하게 맞췄다, 이런 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그 시간입니다."

싼 임금만 고려해 숙련도 낮은 외국인 노동자를 늘린 것도 문제입니다.

<김진권 / 30년차 건설현장 노동자> "저희의 한 3분의1도 못 따라옵니다. (철근을) 묶는 것도 그렇고 세우는 것도 그렇고, 속도만 그냥 (따라)하는 거죠. 흉내만 내는 거죠."

단기간에 작업자가 계속 바뀌는 고용 행태론 무량판 구조처럼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고 숙련도를 높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함경식 / 30년차 건설현장 노동자> "오늘 어떻게든 마무리해야 돼"라고 하면 도면을 제대로 독해하고 거기에 맞게 공법에 맞게 구조검토를 제대로 한 것에 맞게 시공되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거죠."

LH 퇴직자 '엘피아'들의 유착은 이런 문제를 더 키우는 요인입니다.

철근 누락 단지 15개 중 13곳은 LH 출신이 있는 업체가 설계를 맡았던 곳입니다.

15개 감리업체 중 LH 출신이 고위직인 곳이 9곳이란 점도 드러났습니다.

시공도 엉망인데 설계, 감리까지 이어진 '전관'업체들이 짬짜미가 부실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업체들은 의혹을 부인합니다.

<감리업체 관계자> "그 중에선 저희가 잘못한 부분도 보이고. 저희가 잘했다 책임을 회피한다 이런 관점으로 말씀을 드리는 건 아니지만

전관의 대표적인 업체로 부각이 되고 하는 거는 솔직히 억울하기도 합니다."

전방위 압박에 직면한 LH는 혁신안을 내놨습니다.

반카르텔 공정건설추진본부를 만들어 감독을 강화하고 공사 업체 선정시 LH 출신 명단을 내도록 하는 게 골자입니다.

국토부는 LH 출신이 있는 업체의 완전 배제까지 검토 중인데, 문제는 실현 가능성입니다.

일제시대까지 이어지는 깊은 뿌리에, 개발연대 주택,토지 개발을 주도했던 터라, LH 출신 없는 곳이 드문 탓입니다.

토지,주택 공급 등 전문성은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최명기 /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 "완전 배제보다는 현실이 그러다 보니까 이걸 어떻게 양성화시킬거냐, 양성화시키는 과정에서 LH 수주나 업무편의라든지 이런 부분에서 관여가 되지 않는 이런 시스템을…"

재작년 '땅 투기' 사건 때도 혁신을 외쳤지만 2년 만에 또 지탄의 대상이 된 LH,,이번 혁신안의 성공도 아직은 장담하기 이릅니다.

연합뉴스TV 조성흠입니다.

#LH #무량판_구조 #건설현장 #카르텔

[코너 : 이광빈 기자]

우리 사회는 급속한 개발 과정에서 많은 건축물 붕괴 사고를 겪었습니다. 시간에 쫓기어 속도전으로 짓다 보니 어이없는 부실 공사가 이뤄졌고, 이로 인한 참혹한 결과는 우리 사회의 상흔으로 남겨져 있습니다.

1970년 4월 벌어진 와우 시민아파트 붕괴 사고. '와우'라는 명칭은 마포구의 와우산에서 따왔는데요. 당시 서울에는 일자리를 찾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른바 판자촌이 난립하게 됐습니다. 그러자 정부는 판자촌을 밀어내고 시민 아파트를 짓도록 했는데요.

와우 시민아파트도 이런 과정을 통해 와우산 자락에 들어서게 됐습니다.

그런데 주어진 예산도, 공사 시간도 부족했습니다. 더구나 공사비로 들어갈 돈의 상당 부분이 공무원들한테 뇌물로 쓰였습니다. 이렇다 보니 건설 현장에선 철근 70개가 들어가야 할 기둥에 고작 5개가 심어졌습니다. 결국 완공 4개월 만에 아파트 한 동이 붕괴돼 34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다치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1993년 1월에도 충북 청주에서 아파트 붕괴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화재가 일어난 지 한 시간 만에 4층짜리 아파트가 무너졌습니다. 28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습니다. 붕괴의 주요 원인은 화재가 아니라 부실시공이었습니다. 상가 수를 늘리기 위해 기둥을 없애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역시 설계안과 달리 사용된 철근은 많이 부족했습니다.

삼풍백화점 참사. 한국전쟁 이후 현대사에서 인명피해가 가장 많았던 붕괴 사고입니다. 1995년 6월. 그 소식을 전해 들었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듣고도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었는데요. '무량판 구조'로 시공돼 최근 '철근 부실' 아파트 사태로 더욱 회상되는 사고입니다. 설계 변경이 잦았고, 시공은 부실했습니다. 무량판 구조의 안전에 필요한 핵심 구조물이 빠진 채 지어지기도 했습니다. 유지관리도 엉망이었습니다. 사망 502명, 실종 6명, 부상자 937명에 달하는 초대형 인명피해가 났습니다. 균열이나 처짐 등 붕괴 선행 징후들이 장시간에 걸쳐 나타났는데도 대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전해인 1994년 10월에는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교각의 일부가 붕괴했는데요. 버스와 승용차 등이 추락해 학생 등 3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치면서 사회에 큰 충격을 줬는데요. 역시 이루 말할 수 없는 부실시공의 흔적들이 발견됐습니다.

이런 안타깝고 슬픈 기억들은 부실시공 문제가 불거질 때 소환되는데요. 사고가 아니라, 우리의 선진 건축 문화를 자랑할 때 새기는 과거의 교훈으로 상기되길 바라겠습니다.  

아파트 부실시공은 국민 안전은 물론, 재산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사안입니다. 정확한 진단과 효과적 해법 마련을 위해선 정치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데요. 그런데 여야가 부실 척결엔 한목소리지만 책임소재와 방법론에 대해선 생각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이다현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카르텔 척결" vs "실태 파악부터"…책임론 공방도 / 이다현 기자]

[기자]

보 없이 기둥으로 천정을 받치는 구조의 아파트에 철근을 대거 빼먹은 사태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정부와 여당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한덕수 / 국무총리(지난 2일)> "국민들의 삶의 터전에서부터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 하에…"

긴급 회의를 연 당정은 우선 문제가 드러난 단지들을 보강 공사하기로 했습니다.

입주자들에겐 손해를 배상해주고, 청약통장 당첨으로 입주를 앞둔 사람들에겐 재당첨 제한이 없는 계약해지권을 준다는 게 골자인데, 손해배상 기준이나 범위,액수 등은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재 /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지난 2일)> "계약해지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그렇게 했습니다. 입주 예정자들이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좀 해소를 하자…"

특히, 당정은 이번 철근 누락 사태의 근본 원인이 건설업계 관행에 있다고 보고 이를 고치기 위한 법 개정에 적극 나서기로 했습니다.

LH 출신 전관의 부실 감리 같은 이권 카르텔과 자재 빼돌리기와 상습적 부실 공사 등 도덕적 해이 현상을 뿌리 뽑기 위해서 관련 법률안들을 전반적으로 손보겠다는 겁니다.

<윤재옥 / 국민의힘 원내대표(지난 4일)> "LH 퇴직자가 설계·감리 업체에 취업하고 이 전관 업체들이 LH로부터 수주를 받아 설계·시공·감리가 이루어지는 그들만의 이권 노름에 빠졌고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받고 있습니다."

야당은 정부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자체 태스크포스를 띄워 실태 파악과 대안 마련에 나섰습니다.

<박광온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지난 4일)> "정확한 실태를 보고 입주민들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왔기 때문에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저희들이 8월 국회와 또 9월 정기국회에서 대안을 찾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다만 지금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문제로 여야가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며 자칫 대책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당정은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잘못된 관행과 위법행위를 철저히 조사해 근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못 박았고, 특히 국민의힘은 무량판 구조가 문재인 정부 출범 시기인 2017년부터 보편화됐다는 주장을 부각합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여권이 또다시 남탓을 한다며 현 정부의 책임임을 강조합니다.

<권칠승 /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지난 2일)> "문제만 발생하면 이전 정부와 카르텔을 전가의 보도로 내세우는 모습에서 대통령의 무능과 무책임만 드러날 뿐입니다."

"국민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데에는 정치권에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원인과 해법을 두고는 시각차가 엄연해 논의가 어떻게 마무리지어질 지 지켜봐야 합니다. 연합뉴스 TV 이다현입니다."

[클로징 : 이광빈 기자]

우리나라 총 주택 중 64%가 아파트입니다. 그야말로 아파트는 '국민주거 양식'인데요. 부실 아파트가 많을 수록 사회적으로 더 큰 재앙이 닥칠 것입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중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대지진으로 모든 건물이 무너졌지만 붕괴되지 않고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 103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요.

만약 영화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대지진이 아니더라도, 인구가 밀집한 서울 등의 대도시에 아직 한반도에 오지 않은 규모 6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요. 내진설계가 얼마나 돼 있는지가 중요하겠지만, 부실시공이 이뤄진 건물에 피해가 더 발생할 수 있을 텐데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두바이에 있는 부르츠 할리파입니다. 이 건물은 한국의 건설사가 참여해 지은 건물입니다. 또한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건물은 서울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타워입니다.

세계 최고의 건설 기술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그 명성에 맞는 건설을 해야 하는거 아닐까요?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철근누락사태 #부실시공 #이권카르텔



PD 김선호

AD 허지수 이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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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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