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또 반복된 혁신위 잔혹사…이제는 총선 모드로
[앵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가 42일 만에 빈손으로 끝냈습니다.
역시 조기 해체된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와 비슷한 결론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어찌 됐든 현 지도체제로 총선을 치르게 된 여야는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선거 모드에 들어갑니다.
여의도 풍향계, 방현덕 기자입니다.
[기자]
'강서구청장 참패' 후, 환골탈태를 약속하며 출범한 혁신위.
김기현 대표가 '전권'을 약속하고, 인요한 위원장도 "다 바꿔야 한다" 공언하며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40여일 만에 사실상 불명예 퇴진했습니다.
첫 혁신안으로 던진 '대사면'은 당 지도부가 수용했지만 당사자들의 반발로 빛이 바랬고, 가장 힘을 줬던 친윤, 중진, 지도부의 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 요구는 한 달 가까운 침묵, 또 반발 끝에 사실상 거부당했습니다.
<박정하 /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지난 6일)> "공관위 등에서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할 사안이 있어 지금 바로 수용하지 못할 수 있어 이해해달라"
집도의로 영입됐지만, 환자가 수술을 거부하는 상황.
결국 혁신위 출범이 선거 패배 책임을 일단 모면해보려는 시도였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습니다.
<인요한 /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지난 7일)> "정치가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 이렇게 알아볼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주셔서 많이 배우고 나갑니다"
물론 인 위원장 개인이 빚은 설화나, 건강한 당정관계를 만들어달라는 당 안팎의 요구를 등한시한 것도 실패 원인으로 꼽힐 겁니다.
역시 올해 민주당에서 띄웠던 김은경 혁신위.
1호 혁신안 불체포특권 포기부터 거부당하고, 남은 수명에 비례해 투표권을 주자는, 노인 폄하 같은 논란만 남긴 채 역시 조기 퇴장했죠.
돌이켜봐도, 정치권에서 혁신위가 성공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활동 중간 동력을 잃거나 혁신 대상으로 몰리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습니다.
가령 국민의힘 최재형 혁신위는 이준석 전 대표 퇴출과 맞물리며 힘이 빠졌고, 2017년 '류석춘 혁신위는 탄핵 부정 발언 등으로 논란만 빚었습니다.
<류석춘 / 당시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2017년)> "지금 태극기 집회에 참여했던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2014년 김문수 혁신위는 비박계 김문수 위원장에 대한 친박계 반발에 부딪혀 표류했죠.
물론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 사례도 있습니다.
2005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전권을 받은 홍준표 혁신위, 2015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띄운 김상곤 혁신위가 대표적입니다.
혁신위원장이 계파색이 옅은 중립적 인물이라는 당내 인식, 그리고 당 대표 등 실권자가 반발을 누르고 혁신안에 전폭적 지지를 실어준 게 성공의 열쇠였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주 여의도 전망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4월 10일 22대 총선, 오늘로 딱 넉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주부터는 정치권이 본격적인 총선 모드에 들어갑니다.
당장 선거 120일을 앞둔 화요일, 전국에서 예비 후보자 등록이 시작됩니다.
예비 후보자가 되면 어깨띠를 매고 명함을 배부할 수 있습니다.
전화를 걸거나 홍보물을 보내 선거운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피부로 느끼는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겁니다.
다만, 선거구가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는 건 변수입니다.
선거구 획정안 초안에 대한 여야 협상, 지난주 막 시작했습니다.
<김영배 / 더불어민주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지난 5일)> "부산은 의석을 그대로 가져가기로 하고 오히려 전라북도를 줄이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논거가 없는…"
여당이 유리한 강남 3구나 대구 달서 등 대신 야당세가 센 경기 부천, 안산, 서울 노원 등에서 의석수가 줄어든다며 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죠.
국민의힘도 강원도 등의 지역구 경계 조정에 불만이 적잖아 연내 처리는 어려워 보입니다.
자기 지역구도 정확히 모른 채 선거운동에 임해야 하는 예비 후보자들로선 속이 타들어 가는 일일 겁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아마도 현 김기현, 이재명 체제에서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요.
역시 총선 모드 전환이 시작됐습니다.
국민의힘은 빠르면 이번 주 후반, 늦어도 다음주 월요일 공천관리위원회를 조기 출범합니다.
지난 21대 총선 공관위보다 한 달 이상 빠른 겁니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주 전략공천위원장으로 안규백 의원을 지명했죠.
경선 없는 전략공천 지역구는 최소화해 공천에 당원 뜻을 최대한 반영한단 계획입니다.
양당 모두 총선 새피 수혈도 시작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지난주 소아과 의사 하정훈 원장과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 등 5명의 영입인재를 먼저 선보였고, 민주당은 이번 주부터 베일을 벗는데, 국민에게 무려 1,500명의 인재를 추천받아 심사하고 있다 합니다.
여야의 영입 인재들, 아마도 지역구에 출마하거나 비례대표에 도전하겠죠.
그런데 어떤 지역구가 사라지고 경계선이 바뀔지도 알 수 없고 비례대표도 제도가 어떻게 될지 오리무중입니다.
막 정치권에 발을 들인 신인으로선 참 황당한 상황일 겁니다.
총선 준비도 준비, 인재 영입도 영입이지만 그 전에 게임의 룰, 선거법을 확정하는 게 먼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PD 김효섭
AD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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