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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위협받는 홍해 바닷길…공급망 위기 '불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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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위협받는 홍해 바닷길…공급망 위기 '불똥'은

2024-01-29 11:26:07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위협받는 홍해 바닷길…공급망 위기 '불똥'은

[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 전 세계 공급망이 해상 운송으로 원활하게 돌아가는 데 핵심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수에즈 운하로 향하는 홍해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파나마 운하에선 기후변화로 갑문을 채울 담수가 부족해지면서 컨테이너선들의 발목이 잡히고 있습니다. 전쟁과 기후변화가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을 주는 건데요. 특히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는 악영향이 더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지금 홍해 바닷길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쟁 외에도 글로벌 경제 패권 경쟁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과 대처 움직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윤석이 기자입니다.

[홍해 '물류위협' 장기화…글로벌 공급망 불안 가중 / 윤석이 기자]

수에즈 운하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홍해는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30%가 지나는 해상 운송의 요충지입니다.

홍해 항로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물류에는 차질이 불가피한데,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이 팔레스타인 하마스 지지를 명분으로 지난해 11월부터 홍해를 지나는 민간 상선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야흐야 사레아 / 후티반군 대변인(지난 19일)> "예멘 군대의 해군은 아덴 만에서 미국 함정(선박) '켐 레인저'에 대한 표적 작전을 미사일을 사용하여 수행했습니다."

미국 등 다국적 해군이 후티 반군에 10차례 이상 공습을 퍼부었지만 후티 반군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1일에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근처에서 미국 유조선을 나포해 긴장의 수위를 끌어올린 상태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천연가스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나는 산유국들의 수출 통로입니다.

<존 커비 / 미국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지난 12일)> "이런 도발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은 중단돼야 합니다. 동맹국과 파트너,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이란의 우려스럽고 불안정한 행동을 억제하고 맞설 것입니다."

중동의 주요 교역 통로 두 곳에서 동시에 위기가 발생하면서 글로벌 물류 공급망에 불안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운송 모니터링 플랫폼 '포트워치'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으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상선은 하루평균 49척으로, 1년전 70척에 비해 크게 감소했습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먼 길을 택하면서 운송비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해운사 MSC는 중동과 남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운송비를 다음달 12일부터 추가로 인상할 예정입니다.

<파티 비롤 /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지난 17일)> "두 개 이상의 주요 산유국 중 하나가 분쟁에 직접 연루될 경우 유가에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테슬라와 볼보, 미쉐린은 최근 물류 대란에 일부 공장의 가동을 멈췄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지속되면서 우크라이나의 곡물 운송 차질로 국제 곡물가가 들썩일 가능성도 여전합니다.

엘니뇨와 지구 온난화 심화로 글로벌 곡물 생산이 감소하고,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의 통행마저 제한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연합뉴스TV 윤석이 입니다.

#홍해 #호르무즈_해협 #후티 #물류차질

[이광빈 기자]

'물류 지름길'인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이 불안정해지면서 우리 수출 기업들의 걱정이 늘고 있습니다. 물류비용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부품 공급 지연으로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하는데요. 김주영 기자입니다.

[핵심 교역로에 국제분쟁…우리나라 수출입 관리 비상 / 김주영 기자]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 지역의 군사분쟁을 전 세계가 우려의 눈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 수출 기업들은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역의 99%는 해상 운송이 차지하는데, 홍해는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지역입니다.

<성일광 /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 "홍해를 지나면 바로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를 지나서 바로 유럽으로 갈 수 있는 항로인데, 해상 컨테이너 물량의 30%, 전 세계 물류량의 17% 정도가 홍해를 지나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자동차 부품과 배터리 소재, 기계 등의 수출이 홍해를 지나고, 우리나라 수입의 70%에 달하는 천연가스와 원유는 호르무즈 해협을 거칩니다.

<강천구 /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이게 단기에 끝날 조짐이 있지 않거든요. 중동사태 이게 우리 교역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우리가 충격이 좀 더 클 것 같아요. 2차전지에 대한 중간재나 완전제품을 수출하는 데 상당한 물류비 인상 때문에 상당히 힘들죠."   

홍해 사태에 수에즈 운하를 지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해운업계는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가는 희망봉 항로 우회를 택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운항일수가 기존보다 2주 정도 더 늘어나는데, 선박 공급이 줄면서 불가피하게 운임료도 오릅니다.

특히 중소 화주 입장에서는 비용 문제 뿐 아니라 납품 기한을 넘기게 되면서 큰 타격을 입습니다.

국내 1위 해운사인 HMM은 국내 수출기업의 물류운송에 차질을 덜기 위해 유럽·지중해 노선에 임시 선박 4척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아직까지는 우리 수출 물품 선적이나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도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상황이 장기화되거나 확전 우려에 대비해 수출 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밝혔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코트라, 무역협회와 함께 중소기업 대상 전용 선적공간 확보와 공동운항을 지원하고, 수출바우처 제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동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회복세에 들어간 우리 수출이 다시 부진의 늪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약 89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유럽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김주영입니다.

[진행자 코너]

최근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 상태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발생했습니다. 공급망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요인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발발 2년이 다 되어 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천연가스와 옥수수, 밀 가격 등이 급등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이 심각한 타격을 입기도 했습니다.

전쟁과 지역 분쟁 외에도 총성 없는 글로벌 경제 패권 경쟁은 공급망을 뒤흔들 수 있습니다. 한국엔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가장 큰 리스크로 자리잡고 있는데요. 특히 우리 경제의 젖줄인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미중 간 경쟁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는 핵심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미국의 대중 규제 전선에서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과 한편에 서 있습니다. 최근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의 승리로, 대만마저 한미일 공조 체제에 더 가까이 다가설 것으로 보이는데요.  반도체 소재와 장비, 부품 등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상대로 한 전선은 앞으로 더욱 첨예해질 겁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서도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가지고 있고 여전히 중국 반도체 수요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큰 우리로서는 긴밀히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미중 패권 경쟁은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2차 전지 공급망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2차 전지의 핵심 원자재인 망간과 흑연 생산량은 중국이 압도적입니다. 중국이 한미일 공조 체제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관련 원료의 수출 통제를 강화한다면 우리 업계에는 적잖은 파장이 미칠 수 있습니다. 공급망 생태계에선 '영원한 우방'도 없습니다. 일본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을 상대로 몇 년간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전 세계가 촘촘히 연결돼 효율적인 분업이 이뤄지는 가치사슬이 깨지기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지역 분쟁과 경제 패권 경쟁으로 인한 분절화 현상 역시 부분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흐름입니다. 그만큼 국제 정세를 면밀히 읽고 치밀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이광빈 기자]

한국 정부는 2021년 발생한 요소수 사태 이후 공급망 위기 문제를 더욱 피부로 체감하면서 대응 체계 구축에 나서왔는데요. 글로벌 경제 협력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하고, 국내적으론 관계부처 간 협업체계 원활화와 정책의 연속성 유지 등의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신현정 기자입니다.

[무역의존도 높은 한국…순방·입법 등 활로찾기 분주 / 신현정 기자]

한 나라의 경제가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무역의존도.

최근 5년간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60% 안팎을 유지하다 2022년 기준 84.56%로 크게 늘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정부의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지난해에만 13차례 순방길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은 "순방이 일자리 창출이자 민생"이라며 글로벌 경제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 관련 부처를 비롯해 외교부와 국가안보실 등까지 나서 공급망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조태열 외교부장관은 외교부가 경제부처라고 내세웠고, 인사청문회 주요 화두도 역시나 공급망 문제였습니다.

<안철수 / 국민의힘 의원(지난 8일)> "아시다시피 이스라엘이 전 세계 반도체 수출의 11%를 차지하고 있고요. 그런데 이런 전쟁이 장기화가 되면 국내 완성차 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은 저는 불 보듯 뻔하다…"

<김경협 / 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 8일)> "이념외교 아니면 편가르기식의 진영외교의 방식으로 해서 과연 우리가 지금 현재 수출의 위기 내지는 공급망의 위기를 극복해 갈 수 있는가의 문제인 것입니다."

국회에선 지난해 12월 이른바 '공급망기본법'이 통과돼 오는 6월 시행을 앞두고 관련 실무 논의가 한창입니다.

주요 내용으로는 경제안보를 위한 안정화 기본계획을 3년 마다 수립하고, 대통령 소속으로 공급망 안정화위원회를 설치하며,,,

기업의 공급망 리스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급망안정화기금을 설치하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

현재 기획재정부가 최대 5조 원의 기금 조성 절차에 나선 상태입니다.

하지만 마스크, 요소수 등 공급 위기를 수 차례 경험하고도 여전히 정책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여전합니다.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대중 관계에 훈풍이 불지 못하고 있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구교훈 /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물류학 박사)> "정부의 공급망에 대한 대처는 항상 사후 대책이 많아요. 정보라든지 어떤 대응 방안, 이런 것들을 같이 해줘야 되는데 그게 아니라 부처가 따로 논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호르무즈 대치 상황 등 예측불가능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공급망 위기에 발 빠르게 대처할 전문가 양성과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연합뉴스TV 신현정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이달 초 뉴스프리즘에서선 올해 전 세계적으로 대선과 총선 등 굵직한 선거가 잇따르는 점을 다루면서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이른바 '폴리코노미' 현상을 짚은 바 있습니다. 우리가 11월 미국 대선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지정학적 갈등이 경제에 또 다른 리스크로 꼽히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글로벌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치는 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더욱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가 전쟁으로 무너질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는데요.

문제는 중동발 경제 위기가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세계은행은 지난 9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추정치보다 낮춰 잡기도 했습니다. 전쟁에 경제 패권 경쟁, 여기에 변수에서 상수가 되어가는 기후변화 여파까지, 글로벌 공급망에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홍해 #공급망위기 #패권경쟁

PD 김효섭

AD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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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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