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여권은 풍년, 야권은 기근…엇갈린 대권 희비
[앵커]
'슈퍼 여당' 탄생으로 결론난 이번 총선은 여야 대권 잠룡들의 희비도 갈랐습니다.
여권은 대선주자 인재풀은 물론 이들이 활동할 공간도 확대된 반면, 야권은 총선 참패의 여파로 인물 가뭄에 시달리게 됐습니다.
여의도 풍향계에서 최지숙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정권 심판론도, 견제론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야권이 앞세웠던 '조국 사태'와 '경제 실정' 대신, 여당이 내건 '국정 안정'과 '코로나19 극복'이 총선 표심을 빨아들였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여당에 전폭적인 힘을 실어주면서 2022년 대선을 노리는 여야 잠룡들의 희비를 선명하게 갈랐습니다.
민주당 잠룡들은 대권가도에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여야를 통틀어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이낙연 전 총리는 독주 가능성이 나올 만큼 입지가 강화됐습니다.
'정치 1번지' 종로에서 치른 예비 대선에서 야권 간판주자인 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를 가볍게 꺾었고,
<이낙연 / 민주당 종로구 당선인> "코로나19와 경제 위축이라는 국난의 조속한 극복에 혼신의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
후원회장을 맡아 지원한 전국의 총선 후보 수십 명도 여의도에 입성시켰습니다.
호남 출신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당내 세력화를 위한 기반을 다지며 정치적 몸집을 더욱 키운 겁니다.
낙동강 벨트 최전선을 사수한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차기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김 전 지사는 경기 김포 지역구를 내려놓고, 경남 양산을에 도전해 힘겹게 승리를 낚았습니다.
부산·경남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당의 요청을 받고 험지 출마를 마다치 않았습니다.
<김두관 / 민주당 경남양산을 당선인> "대한민국의 화합과 통합을 위해서도 새로운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하라는 엄중한 명령이라고…"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면서 대권 재도전을 위한 디딤돌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행보도 주목됩니다.
강원지사 도전을 위해 떠난 여의도에 10년 만에 화려하게 복귀해 대권을 넘볼 수 있게 됐습니다.
확대 개편된 여권 지형의 최대 수혜주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꼽힙니다.
박 시장은 코로나19 정국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적극적인 행보에 밀려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박원순 맨'이 대거 당선되면서 약점으로 꼽혔던 당내 입지를 다질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정치 9단' 박지원 의원을 누른 목포의 김원이 당선인과 윤준병·진성준 당선인, 재선과 3선에 성공한 기동민·남인순·박홍근 의원 등 '박원순 사단'이 든든한 우군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코로나 정국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이재명 지사와 정부 컨트롤 타워를 안정적으로 이끈 정세균 총리도 이름값을 높이게 됐습니다.
총선 패배 쓰나미에 휩쓸린 야권은 졸지에 차기 대권주자 기근에 시달리게 됐습니다.
총선 참패에 따른 당 수습과 동시에 '새 간판' 찾기가 당면 과제로 부상했습니다.
당 대표 취임 후 삭발부터 단식까지, 강경 투쟁의 선봉에 섰던 황교안 전 대표.
참담한 총선 성적표는 대표직은 물론이고 야권의 차기 대표주자 지위마저 송두리째 흔들어놓았습니다.
<황교안 / 전 통합당 대표> "나라가 잘못 가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제 불찰이고 제 불민입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습니다."
당내 개혁 보수 진영의 좌장인 유승민 의원은 총선에서 백의종군하며 지원유세에 총력을 쏟았지만 총선 참패로 빛을 잃었습니다.
황 대표와 마찬가지로 수도권 대패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뿌리를 둔 보수 진영에서 친박계나 극우 세력의 거부감이 여전히 큰 점도 걸림돌입니다.
민주당 정치 신인에게 무릎을 꿇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당분간 총선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힘들어보입니다.
대구와 경남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생환한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일단 재기의 단초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홍 전 대표는 2022년 대선에서 보수 진영이 정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홍준표 / 통합당 대구수성을 당선인> "전부 하나가 돼서 다시 시작을 하면 2022년도 정권은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수도권 차출'을 거부한 두 사람이 차기 대선주자로서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나아가 대선 승부처인 수도권 표심을 되돌리기에도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나마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인물이 원희룡 제주지사입니다.
총선 과정에서 별다른 상처를 입지 않았고, 중도보수 성향이어서 중도 확장 가능성이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힙니다.
다만 통합당 제주지역 후보들의 참패에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범야권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대권가도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대구 의료 봉사로 '실천하는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감춰진 전략을 좀체 알기 힘들었던 국토종주 마라톤의 결과는 초라한 성적표였습니다.
<안철수 / 국민의당 대표> "제가 참 많이 부족했습니다. 약속을 지키는 정치가 어떤 것인지 저희 국민의당이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대선까진 아직도 2년이 남았습니다.
수많은 변수들이 튀어나올 수 있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정권 재창출을 노리는 여당과 한 판 뒤집기를 꿈꾸는 야당의 치열한 대권 쟁탈전은 총선이 끝남과 동시에 시작됐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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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풍향계] 여권은 풍년, 야권은 기근…엇갈린 대권 희비2020-04-19 18:5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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