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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남은 시간 얼마나'…극한 호우, '티핑 포인트' 서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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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남은 시간 얼마나'…극한 호우, '티핑 포인트' 서곡인가

2024-08-05 07:03:07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남은 시간 얼마나'…극한 호우, '티핑 포인트' 서곡인가

[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이번 여름도 다시 기후변화가 초래한 위력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지구는 이틀 연속으로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기후 변화는 식량 위기와 자연재해로 이어지며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는데요. 경고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는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국가적, 세계적 노력은 여전히 미미하기만 합니다. 먼저 한미희 기자가 글로벌 상황을 짚어봤습니다.

['불볕더위' 지구촌…7월에 이틀 연속 사상 가장 더운 날 / 한미희 기자]

[기자]
35도 안팎의 기온이 며칠 동안 이어진 지난 6월,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한 초등학교에 설치된 링컨 대통령의 밀랍 조형물이 아이스크림 녹듯 녹아내렸습니다.

서부 지역에서는 40도를 훌쩍 넘어 50도 안팎까지 오르내리는 기록적인 폭염에 사망자까지 속출했습니다. 지난달 21일은 세계 지표면의 평균 기온이 17.09도로, 역사상 가장 더운 날로 관측됐는데 기록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바로 다음 날, 기온이 17.15도까지 오르며 하루 만에 기록을 경신한 겁니다.

<카를로 부온템포 /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 국장 (지난달 23일)>
대기 중 온실가스가 늘면서 기후는 계속 따뜻해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몇 달, 몇 년 안에 새로운 기록이 경신될 것입니다.

아마존 열대 우림의 극심한 가뭄과 북미 지역의 대규모 산불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자연의 능력을 더 떨어뜨렸습니다. 기록적인 양의 이산화탄소가 지구 대기에 그대로 머물면서 온난화를 더욱 부추겼다는 의미입니다.

<스티븐 시치 / 엑서터대학교 탄소 전문가 (지난달 27일)>
이러한 자연 시스템, 즉 숲이 탄소 일부를 흡수하지 않으면 우리는 실제보다 더 빠른 기후 변화를 겪을 것입니다.

폭염과 폭우 등 기후 변화에 따른 비용은 이미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상 고온으로 농작물 작황이 부진해지면서 올리브유 생산량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습니다.가뭄은 운하의 물동량을 줄이고 운송료를 높이고 있으며, 자연재해가 늘면서 보험료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는 기후 변화로 인한 전 세계의 연간 피해 규모가 38조달러, 약 5경 2600조원에 이르며 당장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이더라도 2050년까지 19%의 소득 감소가 예상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국제사회는 파리협약을 통해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아래로 제한하자고 약속했지만, 과학자들은 그 약속이 지켜지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조이스 키무타이 /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기후과학자 (지난달 24일)>
과학자로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우리가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과 추정치는 다소 보수적이기 때문에 정말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역대 가장 더웠던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더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남극에서는 평소보다 10도 가까이 더 따뜻한 겨울 날씨를 보이는 등 지구촌의 더위는 이미 '새로운 영역'으로 접어들었단 평가입니다.

연합뉴스 한미희입니다.

#기후_위기 #이산화탄소 #파리협약


[이광빈 기자]
최근 들어 짧은 시간 안에 강한 비가 내렸다가 그치는 '극한 호우'가 잦아지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한국의 장마 패턴이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배규빈 기자입니다

[달라진 한국 장마...여름에 '극한 호우' 빈발해 / 배규빈 기자]

[기자]
늦은 밤, 서울 관악구 도림천에 강물이 한가득 넘쳐 흐릅니다. 신림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는 침수된 가구들이 방치돼 있습니다. 물이 들어찼던 지하 주차장은 흙탕물로 엉망이 됐습니다.

지난 2022년 8월, 서울 관악구에는 3일 동안 약 440㎜의 비가 내렸습니다. 이전 30년 동안 서울의 8월 평균 강수량보다 1.3배가량 많은 수준이었습니다.


<브릿지 / 배규빈 기자>
80년 만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이곳 신림동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숨졌고, 서울에서만 8명이 사망했습니다.

최근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비가 내리는 '기습 폭우'가 매년 이어지면서, 침수 사고 2년이 지나도록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합니다.

<신준민 / 서울 관악구>
아무래도 침수가 제일 걱정되긴 하죠. 비가 안 오는 것처럼 날씨가 괜찮다가도, 우산을 안 갖고 나갔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를 맞고… 물도 발목 위까지 차고 그러니까 너무 무섭더라구요.

지난해 7월, 충북 오송 궁평 지하차도에서는 빗물이 쏟아지면서 차량이 침수돼 14명이 숨지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강종근 / 당시 충북도 도로과장(지난 2023년)>
지하차도가 완전히 매몰돼있고…입구 부분을 막고 유입되는 물을 줄인 다음에 양수작업을 통해 수색작업이 용이할 수 있게 할 계획입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 17일 밤부터 18일까지 경기 북부 등 수도권에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이틀간의 누적 강수량은 600㎜를 넘겼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강수 패턴이 이전과는 다르다고 말합니다.

시간당 누적 강수량이 72㎜ 이상인 경우를 '극한 호우'라고 하는데, 최근 빈도수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겁니다.

<예상욱 / 한양대 에리카 해양융합공학과 교수>
근본적인 원인은 지구 온난화인데, 대기 중 수증기량의 증가와 함께 바닷물 온도의 변화가 맞물려서 지금 올해와 같은 특이한 장마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갈수록 잦아지는 극한 호우에 대비하기 위해선 정부의 정확한 기상 예측 체계 마련과 더불어 재난문자에 유의하는 국민의 관심도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연합뉴스TV 배규빈입니다.

#장마 #국지성호우 #신림동

[진행자 코너]
기습적으로 하늘에 구멍이 난 듯 쏟아졌다고 그치는 아열대 스콜 같은 집중호우에, '여기가 동남아인가'라고 혼잣말을 내뱉은 분이 많으실 겁니다. 몇 년째 째 반복되는 이런 현상은 기상이변이 아니라, 한반도 여름 기후의 특별하지 않은 현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상시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셈인데요.

최근 각종 예측 모델을 통해 전망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선 전 세계적으로 폭우와 태풍, 가뭄, 산불 등이 더 극심해진다고 합니다. 결국 기후변화로 인한 변덕스러운 날씨는 상수가 됐습니다. 자연재해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그만큼 대응이 중요한데요.

인구가 집중된 도시의 경우 하천이 범람하거나 배수 능력이 빗물을 감당하지 못해 홍수 피해가 발생합니다. 발달한 도시일수록 하천 범람보다는 배수 역량을 뛰어넘는 강수량 탓에 피해가 커지는 경향입니다. 배수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애초 배수 용량 자체가 커야 하지만, 관리도 중요합니다. 길가에 버리는 담배꽁초나 쓰레기가 빗물받이를 막으면 빗물이 하수구로 흘러가지 못하고 역류할 수 있습니다.

도시에 빗물을 모아두는 저류시설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겠죠. 최근에는 대심도 빗물 터널 확충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관련 사업은 공사비 문제 등으로 유찰이 거듭되면서 예상 공정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로 갈수록 극심해지는 산불 대비도 중요합니다. 지난해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초기에 진압하지 못한 데는 화재 대비 시스템이 미흡한 탓이 컸습니다.

집중호우만큼이나 가뭄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데요. 물 재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물그릇'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날씨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도 재해를 예방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는데요. 인공지능이 이를 돕고 있습니다.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엔비디아는 최근 기후 연구 플랫폼을 공개하며 기상 AI 모델을 보급하겠다고 했습니다. AI 시스템으로 태풍의 예상 경로와 피해 규모가 예측되면, 이에 맞춰 대비도 이뤄질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역시 근본적인 대응은 탄소 배출을 줄여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하는 것이죠. 이는 전 세계적으로 노력을 같이하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이기도 합니다.

[이광빈 기자]
세계적 기상 이변 현상에 우리 기업들도 대비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지속가능경영과 탄소중립은 어느덧 기업들의 경영 키워드로 자리 잡았는데요. 임혜준 기자입니다.

[이상기후에 기업들도 비상…'탄소중립' 경영 키워드로 / 임혜준 기자]

[기자]
탄소 다배출 산업에 속하는 통신사들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저마다 내세웠습니다.
 
KT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1년 대비 2030년엔 51%, 나아가 2040년에는 75%까지 줄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LG유플러스도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높여 2021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8% 감축하겠단 계획입니다.

SKT는 3G-LTE 장비를 통합해 운영하는 '싱글랜' 기술을 확대해 전력 효율량을 높이는 방식으로, 직간접 배출량 감축 계획을 밝혔습니다.

향후 인공지능 AI 기술을 접목시킨 저전력 설계 솔루션을 통한다면 목표치를 넘어선 추가 감축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도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친환경 대출 상품을 확대하고, 금리 우대를 제공하는 등 환경·사회·지배구조 ESG 우수 기업에 대한 혜택을 늘렸습니다.

기업내 ESG 추진위원회를 신설해 ESG 주요 추진 과제 점검을 정례화 하는 등,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IBK기업은행은 정책 금융기관 중에선 처음으로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습니다.

국내외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금융 지원을 중단하고 환경 파괴를 일으킬 수 있는 대형 개발사업에도 대출을 내주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탄소중립 가치 실현에 기여하겠단 방침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등 선진국 중심으로, 기업의 '기후 공시' 의무화 흐름이 가팔라지면서 국내에서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당장 자금난 등에 시달리는 중소, 중견 기업부터 대기업들의 탄소중립 노력이 지속되려면 정부의 체계적인 정책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주원 /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크게 성과를 내긴 어려운 부분이고 그런 것들은 기업들의 비용 부담으로 들어가거든요. (중략) 기업의 ESG 성과가 있을 때에는 기업들의 인센티브를 넓히는 것이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라고…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AI시장이 '탄소제로' 목표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가운데, 정부와 기업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연합뉴스TV 임혜준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원샷> 폭염·가뭄·홍수 등 극단적인 기상 이변이 빈번해지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환경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로, 응답자의 63.9%가 기후변화를 꼽았는데요. 2020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기후변화가 1위에 올랐습니다.

기상 이변은 이제 일상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국제노동기구는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고온 등으로 전 세계 노동자의 71%인 24억1천만명이 과도한 열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는데요.

지난해 지구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고 올해도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서 이로 인한 피해가 늘어날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 보고 계신 사진은 지난해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이 최고의 야생 사진으로 선정한 영국 아마추어 사진사 니마 사리카니의 '얼음 침대'(Ice Bed)입니다. 표류하는 소규모 빙산을 침대 삼아 낮잠을 자는 북극곰의 모습을 담은 사진인데요. 여러분은 이 사진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의 위기. 이 위기를 극복할 시간이 아직 남아있길 바랍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PD 임혜정
AD 최한민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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