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날씨는 폭염…정국은 급랭
푹푹 찌는 날씨 때문에 여름나기 힘드시지요.
여의도 정치 돌아가는 모습까지 보면 불쾌지수는 더욱 치솟는 것 같습니다. 최근 정부 역사관 공방에, '살인자' 막말 논란까지…. 여야가 어렵사리 합의했던 '정쟁 휴전'의 유통기한은 일주일도 가지 못했습니다.
필리버스터를 거치며 강대강 충돌했던 여야, 이후 민주당이 영수회담을 요청하고, 대통령실도 "진지하게 논의해보겠다"고 화답하며 꽉 막힌 정국에 숨통이 트이나 싶었습니다.
<박찬대 /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지난 7일)> "영수회담과 더불어 그 연장선에서 정부와 국회 간 '상시적 정책 협의 기구'를 구축해야 합니다."
여당은 야당의 여야정협의체 제안에도 호응했습니다.
<추경호 / 국민의힘 원내대표(지난 7일)> "환영합니다. 여야정 협의체 설치를 위한 구체적인 실무 협상에 나서도록 하겠습니다."
여야는 비쟁점 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겠다며 오는 28일 본회의 날짜까지 잡으며 '협치'를 향해 속도를 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쟁 휴전'은 합의 일주일도 안 되어 흔들렸습니다. 총성이 다시 울린 장소는 일명 '검사 탄핵 청문회'가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였습니다.
야당이 부르려 한 탄핵 당사자인 서울북부지검 김영철 차장검사도, 증인인 김건희 여사, 이원석 검찰총장 등도 나오지 않자, 여야 간 험한 말이 오가다 급기야 '살인자 발언' 공방으로 번진 겁니다.
이 발언은 최근 권익위 간부 사망사건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과 관련됐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전현희 / 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 14일)> "김건희가 살인자입니다! 김건희, 윤석열이 죽인 거예요!"
여당에서는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냈던 전 의원이 그런 말 할 자격이 없다고 맞받아쳤습니다.
<송석준 / 국민의힘 의원(지난 14일)> "본인은 그런 발언할 자격이 없습니다!"
국민의힘은 전 의원을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대통령실도 직접 나섰습니다.
<정혜전 / 대통령실 대변인(지난 14일)> "야당이 일말의 책임을 느낀다면 고인의 죽음을 두고 정쟁화하는 것은 당장 그만둬야 합니다."
국민의힘은 전 의원의 제명 촉구 결의안을 소속 의원 108명 전원의 명의로 제출했고, 민주당은 송석준 의원에 대해 '맞불 제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같은 시각 열린 과방위에서는 일명 '방송장악 청문회'가 열렸고,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 상태인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출석한 가운데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을 두고 여야 간 날 선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아슬아슬한 '정쟁 휴전'은 정부의 역사관 논란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공방을 계기로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정부가 주관한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는 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진보진영 야당은 불참했습니다.
<한동훈 / 국민의힘 대표(지난 15일)> "굳이 불참하셔서 마치 이렇게 나라가 갈라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너무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찬대 /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지난 15일)> "특히 김형석 관장 임명 취소를 비롯해 정권 곳곳에 창궐하는 친일 바이러스를 모조리 뿌리 뽑기 바랍니다."
다가오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등을 앞두고 여야는 이념 문제 등을 놓고 전방위 충돌을 거듭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정치권의 '정쟁 휴전 선언'은 일주일도 채 가지 못했습니다.
국민 통합의 날이 되어야 할 광복절에 여야는 '두 쪽'으로 갈라졌고, 이 와중에 '살인자 발언'에 '맞불 제명'까지 더해져 양쪽이 접점을 찾기란 더 어려워졌다는 관측입니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 음식 잘못 보관하면 유통기한 이전에도 상하기 쉬운데요.
찜통더위 탓에 여야의 '협치 유통기한'도 짧아져 버린 걸까요.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불쾌지수는 오늘도 최고치를 찍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협치 #휴전 #광복절 #법사위 #살인자
PD 임혜정
AD 최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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