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얼굴 한번 보기 힘드네"…엇갈리는 여야 회담 정치
[앵커]
예정대로라면 오늘(25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만날 계획이었죠?
하지만 양측이 회담 형식 등을 놓고 힘겨루기하던 와중에 이 대표가 코로나에 걸리면서 만남은 연기됐는데요.
이런저런 이유로 엇갈리는 여야의 회담 정치를 장윤희 기자가 여의도풍향계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얼굴 한번 보자" "밥 한번 먹자"
우리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주고 받는 인사말들입니다.
이러한 인사말이 가장 절실한 곳이 바로 정치권이 아닐까 싶습니다.
상임위에서 서로 얼굴만 보면 싸우고, 여야 간 제대로 된 협상이나 대화가 이뤄졌다는 얘기조차 접하기 어려운 현실인데요.
집권여당 한동훈 대표와 제1야당 이재명 대표가 만나기로 합의하면서, '회담 정치'가 이번에는 복원될 지 관심을 모읍니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대표, 취임 일성으로 한동훈 대표와 만나겠다고 밝혔고, 그 이튿날 한 대표는 화답했습니다.
<한동훈 / 국민의힘 대표(지난 19일)> "대표 회담의 제의도 대단히 환영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시간과 장소를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양측은 즉각 실무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지난 19일)> "빠른 시간 내에 만나서 민생 문제, 정국 현안에 대해서 허심탄회한 논의가 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회담 날짜가 25일로 잡히며 꽉 막힌 정국이 뚫리는가 싶었는데, 실무협상에서 신경전만 벌이다 이 대표의 코로나19 양성 판정이란 '돌발 변수'까지 터졌습니다.
<한동훈 / 국민의힘 대표(지난 22일)> "코로나 증상이 생기셨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부득이 연기할 수밖에 없다라는 말씀을 전해오셨는데요, 이재명 대표님의 쾌유를 바랍니다."
회담은 미뤄졌지만 어찌됐건 곧 만남을 앞둔 한동훈·이재명 대표, 여야 유력 대권주자이기도 한 이들의 '악연'도 덩달아 재조명 받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사법리스크'로 각종 수사와 재판을 받을 때 한동훈 대표는 법무부 장관으로 대척점에 있었습니다.
지난 총선 때는 양당의 선거전을 책임진 수장으로도 다시 한 번 맞붙었는데요.
<한동훈 / 당시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지난 4월 9일)> "국민에게 자기 살려달라는 영업하는 눈물입니다. 거기 속을 겁니까?
한 대표의 '이·조 심판론'에 이 대표는 '정권 심판론'으로 맞받았었습니다.
<이재명 / 당시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지난 4월 9일)> "잡으라는 물가는 못 잡고, 정적과 반대 세력만 때려잡습니다."
'얼굴 한 번 제대로 보기 힘든' 회담 사례는 이번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이 대표와 당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식사를 겸한 회담을 하기로 했다가, 정책 토론회 얘기까지 나왔었는데요.
하지만 두 대표는 서로 '역제안'만하다 각각 임기를 끝냈습니다.
이처럼 여야 수장끼리 만나는 일도 어려운데,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는 일은 더 어렵지 않을까요.
이 대표는 연임 성공 일성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또 하자고도 제안했는데요.
벌써부터 대통령실의 축하난을 이 대표 측이 거절했느니, 안했느니 신경전만 벌어지며 험로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2년 전 8월, 처음으로 당 대표에 선출된 때에도 줄기차게 영수회담을 요구해왔지만 진전을 보지 못했습니다.
영수회담 성사는 야당의 22대 총선 압승이 계기가 되었는데, 실무회담 진통 끝에 간신히 성사됐습니다.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지난 4월 29일)> "저희가 오다 보니까 한 20분 정도 걸리는데 실제 여기 오는데 한 700일이 걸렸다고… (윤대통령 웃음) 고맙습니다."
여야는 영수회담 직후, 이태원참사특별법 일부 내용을 수정해 합의 처리하면서 한발씩 다가선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해병특검법 등 쟁점 법안이 여당 반대 속에 야당 주도로 줄줄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협치 분위기'는 흔들렸습니다.
다가오는 국회 본회의에서 거부권 행사 법안에 대한 재표결 문제 등을 놓고 여야는 또 한 번 충돌할 전망입니다.
영수회담 문제는 일단 여야 대표 회담의 성사, 그리고 그 성공 여부에 달린 모습입니다.
여야 대표 회담은 연기됐지만 실무협상에선 TV생중계 여부, 각종 의제를 놓고 신경전이 '현재 진행 중'입니다.
9월 정기국회 시작이 코앞인데 개원식도 못 열며 꽉 막힌 정국, 이번엔 여야가 좀 제대로 얼굴 보고 만나, 폭염과 고물가에 힘겨워하는 국민들에게 시원한 소식 들려주었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e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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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임혜정
AD 최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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