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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풍향계] 혼돈때마다 등장…비대위 역사 돌아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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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풍향계] 혼돈때마다 등장…비대위 역사 돌아보면

2023-12-18 10:44:29


[여의도풍향계] 혼돈때마다 등장…비대위 역사 돌아보면

[앵커]

정치권은 혼란기 때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왔습니다.

최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또다시 비대위가 언급되는 상황이 왔는데요.

성공했던 때도 있었지만, 씁쓸한 퇴장도 했습니다.

비대위의 역사, 이번주 여의도풍향계에서 임혜준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선거에서 지거나, 정치가 혼란스러울 때마다 등장한 것이 있죠.

바로 비상대책위원회입니다.

최근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로 당 대표 궐위상태에 놓인 국민의힘은 비대위를 꾸려 총선에 임하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여당 의식한 민주당에서도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대위로 전환해야 한다, 주장이 나왔는데요.

위기 국면 전환을 위한 비대위, 과연 매번 답이었을까요?

국민의힘은 벌써 11번째 비대위입니다.

가장 성공 사례로 꼽히는 건, 지난 2012년 '박근혜 비대위'인데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당 소속 보좌진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개입사건으로 당시 홍준표 대표 체제가 크게 흔들렸을 때죠.

박 전 대통령은 여러 분야에서 칼을 빼들었습니다.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당을 대표하는 색도 지금 국민의힘의 상징이기도 한 빨간색으로 바꿨습니다.

인적 쇄신도 거침없었는데요.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현역의원 25%를 공천에서 탈락시킨 겁니다.

<박근혜 /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지난 2012년)> "당의 내용과 모습이 완전히 바뀌는 역사적인 날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열고자 하는 새로운 세상을 위해서 국민 속으로 더욱 들어가고…"

결과는 19대 총선 완승이었죠.

127석에 그친 민주통합당에 비해 25석 더 많은 152석을 얻으며, 당은 기사회생했습니다.

'박근혜 비대위'는 비대위원 선임에도 공을 들였는데, 이 때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도 처음 당에 발을 들였죠.

늘 웃진 못했습니다.

과반 의석을 얻어내지 못한 2016년 총선 이후 김희옥 전 헌법재판관을 중심으로 차려진 또 한 차례의 비대위.

쇄신을 위해 출발했지만, 총선 참패의 책임을 두고 친박계와 비박계간 갈등이 극대화했습니다.

여기다 비대위와 동시에 혁신위까지 가동되며 사실상 힘이 분산되는 역효과가 났죠.

결국 '김희옥 비대위'는 두 달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이후 민주화 운동가 출신 인명진 목사를 위원장으로 삼은 비대위가 다시 꾸려졌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직후 당이 대혼란에 빠졌을 때인데요.

'인명진 비대위'는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당시 의원 등 친박계 핵심의원들의 당원권 정지시키는 등, '친박' 청산을 전면에 내걸었습니다.

<인명진 /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지난 2017년)>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못하고 계파주의의 패거리정치 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들은 큰 쇄신의 역사적 물결을 거스르지 말고 참여해 주기를 바랍니다."

다만 매번 반발에 부딪혔고, 설상가상 김무성, 유승민 전 의원 등 비박계의 탈당 사태로까지 이어지면서, 3개 월 만에 씁쓸한 퇴장을 맞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성패가 갈린 건 마찬가지입니다.

성공 사례로 거론되는 것은 지난 2016년의 '김종인 비대위'입니다.

20대 총선을 목전에 두고 김종인 전 대표를 비대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 건데요.

당시 민주당은 선거 연패와 문재인-안철수 계파 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비대위 합류 조건으로 '공천권'을 약속받았습니다.

'셀프 공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계파 갈등을 잠재우며 결국 총선을 승리로 이끌죠.

<김종인 /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지난 2016년)> "정당이라는 것이 한번 정권을 제대로 창출하지 못하면 정당으로서 존재 의미가 없습니다. 갑작스럽게 제1당이 돼서 흥분도 되겠지만 잠깐 즐기시고 잊어버리시고 다시 긴장된 자세로…"

민주당에서도 '비대위 잔혹사'는 되풀이됐습니다.

지난해 대선 패배의 충격을 안고 출범한 '윤호중-박지현' 비대위.

쇄신과 변화를 내걸고 투톱 체제로 출발했지만, 책임 분담은 곧 분열로 이어졌습니다.

박 위원장의 '586 정치인 용퇴' 주장이 불을 지폈죠.

비공개 회의에선 두 사람이 날카롭게 충돌하고, 동반 참석키로 했던 행사를 취소하는 등, 갈등의 골은 깊어졌습니다.

결국 6월 지방선거에서마저 패배하며, 두 사람은 나란히 고개를 숙였습니다.

<윤호중 / 당시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지난 2022년)> "결과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선거 패배에 대해 지지해 주신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먼저 사죄 드립니다."

결국 우상호 의원을 필두로 한 비대위가 다시 출범하며, 비대위가 비대위를 낳는 민망한 상황이 연출됐죠.

최근 9년 사이 6번의 비대위 체제를 겪은 민주당도 계파 갈등에 발목 잡힌 모습이 잦았습니다.

가장 어려울 때 차려지는 비대위. 때문에 각 당은 위원장 모시기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할 위인, 어디서 찾는게 빨랐을까.

바로 한번 도움을 줬던 사람이겠죠.

앞서 언급한 비대위 성공 사례에 포함됐던 비대위, 또 그 비대위를 이끈 수장, 다시 모셔왔습니다.

민주당의 경우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지난 19대 국회에서만 두 번 비대위원장을 역임한 전례가 있고, 국민의힘에선 직전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정진석 의원이 역시 두 번 비대위를 지휘한 바 있습니다.

김종인 전 대표의 이력은 더욱 독특합니다.

민주당에 이어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을 차례로 이끌며, 여야를 넘나드는 진기한 기록을 세웠습니다.

여전히 '비대위원장' 하면 후보군으로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에는 원내 3개 정당이 모두 비대위 체제였던 때도 있었습니다.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국민의힘, 민주당, 정의당 등. 여야 1,2,3당 모두 당 대표가 아닌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하는, 우리 정당사에 보기 드문 장면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비대위.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이제는 공식처럼 등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절박한 심정에서 꾸려왔지만 각종 이해관계에 눈살 지푸리게 한 광경도 여러번 입니다.

변화도 중요하지만 반성과 성찰에서 출발한다는, 비대위의 본래 목적,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junelim@yna.co.kr)



PD 김효섭

AD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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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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