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불출석ㆍ모르쇠'에 속수무책…국조 청문회 내실 높이려면
[명품리포트 맥]
[앵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에는 온국민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하지만 핵심 증인들은 출석을 거부하고 참석한 증인들은 모르쇠로 일관해 실망을 안겼습니다.
특히 최순실 씨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이 국회 부름에 거부해도 출석을 강제할 방법이 없어 청문회 무용론까지 나왔습니다.
좀 더 내실있는 청문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이 없을까요?
현장IN에서 신새롬 기자가 짚어봅니다.
[기자]
지난 6일과 7일 이틀 간 진행된 국정농단 규명 국회 청문회.
명실상부한 '최순실 청문회'지만 최순실은 없었습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2차 청문회 증인 절반 이상이 자리하지 않은 채 진행된 것입니다.
<정은정 / 천안시 신부동> "최순실, 최순득 씨 이런 분들이 직접 나와서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싶어서 청문회를 보고자 하는 것인데…"
불출석 증인에게 내민 동행명령장은 강제성이 없어 무의미했고 뒤늦게 출석한 장시호 씨는 아팠다고 둘러대니 그만이었습니다.
<장시호 / 최순실 조카> "(원래 불출석 사유서 제출했죠? 많이 아픈 것으로 되어 있는데…) 네. 많이 아픕니다. 오늘도 주사맞고 왔습니다."
참석한 증인들마저 모르쇠로 일관해 국정 농단의 실체를 알기는 더욱 어려웠습니다.
<이재용 / 삼성전자 부회장> "(최순실의 존재를 알았습니까? 몰랐습니까?) 아…그런…기억을…몰랐던 것 같습니다."
<김기춘 / 전 청와대 비서실장> "저는 청와대 관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알지 못합니다. 제가 최순실 씨를 정말 모릅니다. 여러분 믿지 않으실지 모르지만…"
준비가 안된 질문으로 무작정 '아느냐'고 반복해 되묻는 의원들의 모습도 보는 이들의 답답함을 자아냈습니다.
<김영훈 /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 "국회의원들 질의를 보면 과연 제대로 청문회 준비했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관계 파악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부분과 부족한 시간에 의원들 간 같은 질문 중복질의 한다든지…"
사안의 본질을 파고드는 '송곳질문', 조목조목 증거로 증인을 몰아 실토하게 만드는 '질의기법'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황당한 질문과 호통만이 쏟아졌습니다.
<이완영 / 새누리당 의원> "그러면 고영태를 왜 소개했습니까? 최순실 씨를 존경합니까? 좋아합니까? (아닙니다.) 그러면 미워합니까?"
<박영선 /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런분한테 우리가 어떻게 미래 가치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아는 것이 뭐가 있습니까. 그러면?"
급기야 관련 없는 질의에 증인이 반발하는 해프닝까지…
<주진형 /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한가지 여쭤보겠는데 이것이 지금 국정농단 의혹사건이랑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이완영 / 새누리당 의원> "의원이 질의를 하는 것입니다. 위원장님, 경고를 주십시오."
<주진형 /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본인은 참고인이기 때문에 꼭 대답할 필요도 없지만…"
<이완영 / 새누리당 의원> "예의가 없잖아요."
높았던 기대만큼 실망도 커 시민들은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김현철 / 대구 수성동> "정치혐오증을 느낄만큼 쓸데없는 질문들이 너무 많았던 것 같고…"
<소용영 /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당신 몇 살이냐' 이렇게 물어봤어요. 나이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
하지만 이같은 청문회 배경에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회법상 문서취득이 제한적이다보니 의원들이 제대로 된 조사와 사전질의를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고계현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문서에 대한) 포괄적 접근이 가능하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주고싶으면 주고 안 줘도 문제가 안되면 동일한 사안에 대한 진실규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의회가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거든요."
국정조사 특위에 참석한 의원조차 이번 청문회가 부족한 점들을 고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황영철 / 새누리당 의원> "여야로 나뉘어서 서로 자기 입장만 주장하고 한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힘을 합해오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증인들이 참석하지 않아도 별로 큰 처벌을 받지 않아왔거든요. (이번 기회로) 어떤 벌보다 더 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만들어내고…"
청문회 진행 방식도 목적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7분 간의 한정된 질의시간 탓에 겉핥기식 질문들을 쏟아내기 일쑤라는 것입니다.
30분의 질의시간이 주어졌던 1988년 5공 청문회처럼 '청문회 스타' 탄생를 기대하기란 요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김경진 / 국민의당 의원> "위원들 3~7인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로 구성해 조각조각 나누어서 집중 청문회를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지금처럼 18~20명의 큰 상임위 구조를 만들어서 진실을 밝히는 것은 진실 밝히는 것을 구조적으로 어렵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의원들의 개인적 역량에 기대기보다 특위에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시민의 제보와 신고를 받는 제도적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홍완식 /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비판이 옳다고 봐요. 그렇다고 해서 제재 수위를 높이는 것이 능사겠느냐…검찰의 강제성이라는 특징에 비해 청문회는 공개성이라는 특징을 들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이 한계는 있더라도 이러한 장점을…"
청문회 이후 불출석 증인의 처벌을 강화하는 '최순실 방지법' 출석을 기피한 증인에 공시송달을 가능하도록 하는 '우병우 방지법' 등이 잇따라 발의됐습니다.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국회의 기본적인 역할 중 하나입니다.
국민의 뜻을 담아 정부의 잘못을 따지고 진실을 밝혀 정치적 책임을 엄중히 묻는 과정은 지난하더라도 꼭 필요한 의무이자 숙제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현장IN이었습니다.
연합뉴스TV : 02-398-4441(기사문의) 4409(제보), 카톡/라인 jebo23
(끝)
[현장IN] '불출석ㆍ모르쇠'에 속수무책…국조 청문회 내실 높이려면
뉴스사회
[현장IN] '불출석ㆍ모르쇠'에 속수무책…국조 청문회 내실 높이려면2016-12-11 09:03:00